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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물길 따라 감성이 흐르는, '수(水)려한 서울' 어떻게 만들까?

  • 등록일 2022-05-20
  • 작성자 관리자
불광천 수변공간을 즐기는 시민들 모습
불광천 수변공간을 즐기는 시민들 모습

박혜리의 별별 도시 이야기 (8) ‘수변감성도시, 서울’을 꿈꾸며!


지난 4월 서울시가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사업을 본격화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 전역에 흐르는 332km의 실개천과 소하천 등 수변을 중심으로 공간구조를 재편하는 사업으로, 시민들이 수변 감성을 느끼면서 문화, 경제 등 다양한 야외활동이 가능하도록 생활공간을 바꾸고, 지역의 균형발전까지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사업이 추구하는 ‘물길 따라 문화와 감성이 흐르는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를 하며, 몇 가지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네덜란드의 다양한 수변경관(시계방향으로 암스테르담, 델프트, 스카우플라우덴, 히트호른)
네덜란드의 다양한 수변경관(시계방향으로 암스테르담, 델프트, 스카우플라우덴, 히트호른)

운하의 나라, 네덜란드에 오랫동안 살면서 첫 번째로 놀라웠던 것은 지천에 깔려 있는 수변공간이었다. 도시 곳곳 손에 닿을 듯한 거리에 항상 강, 운하 등이 있었다. 물 반, 땅 반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두 번째로 놀라웠던 사실은 그러한 물이 깨끗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다른 나라의 내륙을 거쳐 흘러 들어온 물이 투명할 리 만무하다. 사실 유럽의 상류원에 해당하는 스위스와 비교하면 강 밑이 보이지도 않고 불투명해 보인다. 하지만 충분히 깨끗하기에 굳이 상류원처럼 투명하게 수질을 관리하며 운하를 채우지는 않는다. 


물이 깨끗한 이유는 바로 ‘순환’하기 때문이다. 물은 흐르고 순환하면 살아 숨쉬기 마련이다. 스위스는 스위스대로, 네덜란드는 네덜란드대로, 각 나라의 지형과 여건에 맞는 특색 있는 수변공간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스위스의 수변경관. 좌측은 취리히 리마탈 강변에 있는 플루스바트 야외수영장, 우측은 루체른의 호수변 별장에서 본 루테른호 경관.
스위스의 수변경관. 좌측은 취리히 리마탈 강변에 있는 플루스바트 야외수영장, 우측은 루체른의 호수변 별장에서 본 루테른호 경관.

네덜란드 사람에게 물은 항상 도시 내 삶을 위해 다스려야 하는 위험한 존재이자, 친구 같은 존재다. 언제나 잠길 수 있는 위험 속에서 물을 길들이고 가까이 두며 지속가능한 도시, 친수공간의 도시를 생활 속 깊이 체화하며 살아간다.


우리나라는 한때 네덜란드 운하의 모습을 따라하던 적이 있었다. 여러 개의 수문을 달고 지형의 산세를 기계의 힘으로 극복하며 굳이 배를 내륙으로 지나가게 하겠다는 당찬 포부였다. 한국에서 살다 네덜란드에서 ‘시민으로서’ 체험해보니, 바탕 자체가 다른 두 나라에는 같은 해결방법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필자는 같은 정도의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지, ‘같은 방법’으로 다른 조건의 지역에 적용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서울의 대표적인 수변공간인 청계천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고가도로 철거 후 수변공간으로 재탄생한 상전벽해의 청계천은 외국에서도 사례로 많이 사용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도시프로젝트다. 하지만 결국은 2급수의 수돗물을 사용하는 인공분수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때 그 감동은 반감된다.


KCAP는 네덜란드 설계사답게 세운4구역을 설계하면서 지층 단지 내 물길과 보행길을 계단식으로 내려 청계천 -7m의 레벨에 맞추고, 차로 하부로 끊김 없이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국제공모당선안에 실었었다. 그러나 막상 당선되어 적용해 보려하니, 도로 하부는 움직일 수 없는 관거가 지나가고 있었고, 대지에서 청계천과의 연결이 불가능했다.


우기(雨期)가 아닌 기간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수변을 즐기고 식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했으나, 도시기반시설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좌절하며 포기했다. 청계천만이 아닌 주변과의 연계를 초기에 고려했었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청계천 물길과 보행길을 연결하는 세운4구역 설계원안. 청계천 옆 도로하부에 관거가 설치되어 있어 이 원안은 아쉽게도 실현할 수 없게 되었다.
청계천 물길과 보행길을 연결하는 세운4구역 설계원안. 청계천 옆 도로하부에 관거가 설치되어 있어 이 원안은 아쉽게도 실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맞는 수변공간이란 무엇일까? 도시 곳곳에 숨어있는 서울의 소하천과 실개천은 어떻게 다시 활용할 수 있을까?

서울 지천을 세계가 부러워하도록 남을 따라 하지 말자!


내 주위엔 한국을 부러워하고 호기심을 가지며 긍정적으로 보는 외국인 친구들이 많다. 우리는 꼭 유럽 그대로를 따라할 필요는 없다. 친수공간을 잘 다룬 도시의 사례는 유럽 말고도 전 세계적으로 많다.


우리 지천이 가진 특성은 무엇일까? 지형이 가파르고 계곡과 같은 형상으로 꽉 차 있다기보다는 항상 밑으로 흐르는 낙차가 있는 모습이다. 물의 양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건천을 그대로 두고 녹지공간과 보행공간을 조성하는데 힘을 쏟는다면 어떨까? 


열린 지천의 형세는 그대로 선형의 열린 공공공간 그대로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 수량에 따라 각각 다채로운 표정을 짓는 ‘서울의 수변’을 브랜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외국인들은 ‘아 한국의 대도시 수변공간은 이렇게 다르네!’ 하고 감탄을 할 것이다.

지속가능하고 재해에 대비한 회복력 있는 수변이 더 매력적


독일 함부르크의 하펜시티는 본래 홍수가 심한 한철을 대비해 스마트한 방법을 마련했다. 레벨을 나눠 입체적인 공간을 만들고 수문시스템 및 치수를 위한 기반시설을 조성해 수변에 더욱 더 가깝게 다가간 전략을 사용했다. 


이곳에 카페 및 상점을 조성하고 짧은 홍수기에만 닫도록 했다. 이런 유연한 공간전략은 도시를 더욱 더 풍부하게 했다.

하펜시티의 다양한 수문들. 카페, 상점, 주차장입구 등 수문들의 형태와 디자인이 다양하다.
하펜시티의 다양한 수문들. 카페, 상점, 주차장입구 등 수문들의 형태와 디자인이 다양하다.

암스테르담에도 운하 옆 카페, 테라스 등이 많지만 우리나라와 다르게 대개 수위가 일정하고 우기가 없다. 이에 반해 함부르크는 계절이 다르고 기간도 짧긴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홍수기가 있는데 이렇듯 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가변적인 도시공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우리는 한강변 매점 등 가설 건축이 홍수기엔 둥둥 뜨는 플로팅 구조인데, 이러한 아이디어와 더불어 어떻게 홍수기를 대비할 지 하펜시티와는 또 다른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것이 차별화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경관인 한강변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경관인 한강변

수변공간의 혜택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그 결과를 가이드해야


우리는 고속성장시대에 이미 장벽처럼 들어선 한강변 아파트로 하여금 그대로 한강이라는 자연환경의 공공적 이익을 일부 아파트 거실에 내어주는 사유화를 막지 못한 경험이 있다. 한강과 남산의 경관의 공공성을 최소한이라도 확보하는 적절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쉽다. 


수변 건축은 어떻게 가이드 하느냐에 따라 고층임에도 멋진 스카이라인이 되기도 하고, 중저층인데도 경관훼손 장벽이 되기도 한다. 청계천도 많이 다르지 않다. 중심상업지역이라는 저변의 이익에 고층화를 막지 못했고, 저층부라도 특화를 해야 했는데, 그 노력이 미미하다.

청계천변 개발, 최소한 저층부에 대한 창의적인 공간 활용이 필요하다.
청계천변 개발, 최소한 저층부에 대한 창의적인 공간 활용이 필요하다.

서울 지천이 꾸며지고 좋아지면 주변은 어떻게 바뀔까? 가이드가 사전에 필요하다. 최소한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고 창의적인 건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다수의 건축가가 참여하여 다양한 전면이 되도록 가이드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전체 가이드라인 내에서 소규모의 민간참여를 독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펜시티도 소규모 필지별로 건축공모전을 통해 양질의 다양한 건축을 가능케 했다. 다수가 참여하면 그 만큼 도시가 풍부해진다.


지천의 특징을 살리고, 지속가능한 회복력있는 수변공간, 그리고 그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변화를 만드는 수변감성도시 서울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