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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정동을 와인으로 만나다!(feat.역사탐방과 와인시음)

  • 등록일 2022-06-02
  • 작성자 관리자
정동 근대 역사교육 프로그램 '정동:과-3개의 색(色)을 통해 만나보는 정동길' 참여 후기
정동에는 운치 있는 돌담길뿐만 아니라 놓치지 말아야 할 문화재와 건축 자산이 많다. ⓒ김윤경
정동에는 운치 있는 돌담길뿐만 아니라 놓치지 말아야 할 문화재와 건축 자산이 많다. ⓒ김윤경

“정동 지역은 마치 용광로 같은 곳이었어요.” 정동은 대한제국 황궁인 덕수궁과 열강들의 대사관이 있던 곳이다. 때문에 근현대 문화의 중심지, 근현대 역사 교과서 현장과도 같은 곳이다. 정동은 단순히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기 좋은 곳이 아니다. 놓치지 말아야 할 다수의 문화재, 건축 자산이 구석구석 가득하다. 
참가자들은 옛 러시아공사관이 있던 정동공원에 모였다. ⓒ김윤경
참가자들은 옛 러시아공사관이 있던 정동공원에 모였다. ⓒ김윤경

서울시는 지난 5월 12일 서울 정동협의체와 함께 교육형 체험프로그램인 '정동:과-3개의 색(色)을 통해 만나보는 정동길' 참가자를 모집했다. 이 프로그램은 정동 근대 역사 이야기 속 현장을 보고 체험하는 3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근대 황실이 즐긴 서구문화(와인) 체험프로그램인 ‘정동과: 맛나다’와 개화기 복식 체험 및 스냅샷을 촬영하는 ‘정동과: 거닐다’, 가족 단위로 전통문화와 결합해 체험하는 ‘정동과: 즐기다’로 총 19회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그 중 ‘정동과: 맛나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평소 고종황제가 커피 애호가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와인은 좀 생소해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은 모두 유인물과 무선수신기를 받았다.
참여자들은 모두 유인물과 무선수신기를 받았다. ⓒ김윤경

날이 흐린 저녁 시간대 참가자들은 옛 러시아공사관이 있었던 정동공원에 모였다. 참여자에게는 핵심 내용을 잘 간추려 놓은 유인물과 무선수신기 하나씩을 지급했다. 프로그램 안내 담당자는 안전을 위해 무선수신기를 한쪽만 끼우라고 했다. 곧 빗방울이 떨어진 정동길은 예상 못한 운치까지 더해졌다. 운영국은 우산이 없는 참가자를 위해 우산을 준비해줬다. 
해설사가 설명해준 내용을 열심히 적고 사진 촬영도 했다. ⓒ김윤경
해설사가 설명해준 내용을 열심히 적고 사진 촬영도 했다. ⓒ김윤경

‘정동과: 맛나다’는 덕수궁 선원전 터와 덕수궁 길 ~ 구(舊) 미국대사관 ~ 이영훈 추모비 ~ 정동제일교회 ~ 덕수궁 중명전 ~ 보구여관 터 ~ 구(舊) 신아일보사 별관 ~ 심슨기념관(현 이화박물관)을 걷는 코스다. 이 프로그램은 와인과 서양문화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와인을 시음하도록 저녁 시간에 진행했다. 유지안 해설사의 재미있는 설명을 들으며 참가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을 찍거나 유인물에 꼼꼼하게 기록하는 모습도 보였다. 
역대 왕들의 어진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덕수궁 선원전 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윤경
역대 왕들의 어진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덕수궁 선원전 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윤경

좁은 계단을 내려가 걷다가 덕수궁 선원전 터에 도착했다. 선원전은 역대 왕들의 어진(왕의 초상화)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종묘가 국가 공식 사당이라면, 선원전은 궁궐 안 사당인 셈이랄까. 어진을 통해 여러 가지도 알 수 있었다. 태조 이성계 어진은 숙종 때 다시 그려졌으며, 영조는 마른 형이었다는 해설사 이야기에 참가자들은 흥미로워 했다. 

또한 정동은 러시아, 미국, 영국, 독일 등 서양 국가들의 공사관으로 있던 지역이다. 그 중 구(舊) 미국대사관인 하비브 하우스는 다른 곳과 달리 한옥 양식이었다.
정동길에 있는 작곡가 이영훈 추모비
정동길에 있는 작곡가 이영훈 추모비 ⓒ김윤경

한국 최초 감리교 교회인 정동제일교회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작곡가 이영훈 추모비에서 <광화문 연가> 등 관련한 음악을 들어 볼 수 있었다. 외롭고 쓸쓸한 고종황제에게 커피를 소개해준 손탁 부인 이야기를 들으며 손탁호텔과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전문병원인 보구여관 터도 눈여겨봤다. 
미국 싱거 미싱사 사옥이었던 신아일보 별관
미국 싱거 미싱사 사옥이었던 신아일보 별관 ⓒ김윤경
 을사조약이 체결된 중명전
을사조약이 체결된 중명전 ⓒ김윤경

덕수궁의 별전이자, 을사조약을 체결한 역사적 장소인 중명전을 거쳐, 미국 싱거 미싱사 사옥이었던 신아일보사 별관과 이화여고 심슨기념관을 지나갔다. 설명과 함께 들으니, 역사책 속으로 걸어 들어간 느낌이었다. 
와인시음을 위해 정동의 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와인시음을 위해 정동의 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김윤경

이어 준비된 정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와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와인은 고종3년 독일인 오페르트가 레드 와인과 샴페인 등을 들여왔고, 고종과 명성왕후가 즐겼다고 한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레드 와인은 좀 텁텁하다고 좋아하지 않았다고도 한다.
 와인으로  느껴보는 정동
와인으로 느껴보는 정동 ⓒ김윤경
진행을 맡은 홍재경 소믈리에
진행을 맡은 홍재경 소믈리에 ⓒ김윤경

저녁을 먹으며 암울했던 고종과 명성왕후가 받아들인 서양 문화와 와인에 관해 들었다. 30년 경력의, 한국 소믈리에협회 명예회장인 홍재경 소믈리에의 이야기에 모두 귀를 쫑긋하며 관심을 기울였다. 테이블 매너와 서양문화에 관해 듣는 건 드문 기회였다. 
“서양 파티에서는 와인잔을 비우거나 원샷 하면 안 돼요. 그건 파티를 끝내겠다는 소리거든요.” 문화적 차이도 재밌었다. 더욱이 다른 곳에서는 듣지 못했던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었다. 샴페인과 와인을 잘 따는 법에서부터 숙취에 좋은 프렌치 어니언 스프와 다양한 정보들을 알 수 있었다.
3종류의 와인을 시음했다.
3종류의 와인을 시음했다. ⓒ김윤경

와인을 집에서 빨리 차갑게 해서 마시는 비법도 알려줬다. 물을 담은 얼음 바구니에 와인을 넣고 살살 돌리거나 냉동실에 넣어두면 금방 맛있는 온도가 된단다. 또 가급적 빨리 마셔야 하지만,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눕혀 놓으라고 했다. 
시음할 와인을 위해 와인잔이 준비돼 있다. ⓒ김윤경
시음할 와인을 위해 와인잔이 준비돼 있다. ⓒ김윤경

“선생님, 와인잔을 이렇게 잡아야 하죠?” 참가자의 말에 그는 와인잔을 잡는 것보다, 따를 때 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와인잔은 잘 깨지기 때문인데 아래 받침에 손만 살짝 대는 게 맞단다. 온도나 손자국이 나는 걸 방지하려면 컵 몸통 부분 아닌 다리 부분을 잡는 게 좋단다.

“비지니스 행사에 갔을 때, 처음 음료로 와인잔을 잡는 것이 좋아요. 만약 술을 못하면 와인과 비슷한 색 음료를 선택하면 좋구요." 왜 와인잔부터 선택해야 할까? 그는 다른 잔들은 습기가 생겨 처음 만나 악수를 할 때 불쾌함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듣고 보니 그렇구나 싶었다. 문화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점이 공감됐다. 
휴대폰을 이용해 와인잔을 받치고 명함을 밑에 두고 건네도 좋다.
휴대폰을 이용해 와인잔을 받치고 명함을 밑에 두고 건네도 좋다. ⓒ김윤경

스탠딩 파티에서 사람을 만날 때, 와인잔을 들고서도 명함을 쉽게 건네주는 방법도 알게 됐다. 명함집 대신 명함을 미리 주머니 등에 꽂고 교환하거나, 주머니가 없다면 핸드폰을 이용해 와인잔을 받치고 명함을 밑에 두고 건네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상석을 정하는 법도 알 수 있었다. 늘 상석을 정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기에 귀를 기울였다. 상석은 웨이터가 그 사람에게 서비스를 먼저 하므로 배려를 받는다는 의미도 있다. 참가자들 눈이 빛났다. 호기심 어린 질문들이 끊임없이 어어졌다. 
 식전 빵은 한 입에 살짝 들어갈 정도로, 크게 자르지 말고 먹자.
식전 빵은 한 입에 살짝 들어갈 정도로, 크게 자르지 말고 먹자. ⓒ김윤경

"와인이 어떤 음식이랑 어울리는지 어떻게 알 수 있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바로 맛있는 와인을 찾는 건 어려울 수도 있어요. 취향이 다르니까요. 대신 음식 맛은 다들 알잖아요. 어떤 공식이 아니라 이 음식을 먹을 때 이게 맛있네, 이렇게 찾아가다 보면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와인은 다양한 만큼 끝이 없어요”라고 답했다. 참가자들은 와인을 한 모금 천천히 마시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참가자들은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김윤경

참가자들은 좀처럼 접하기 힘든 강의를 재밌게 들었다고 즐거워했다. 그의 재미있는 말솜씨도 한몫했다. 샴페인,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 3종류의 와인을 맛보고 어떤 와인이 맛있고, 어떤 향이 나는지도 이야기를 나눴다. 한 참가자는 서울시 뉴스레터를 보고 기다렸다가 신청했고, 또 다른 참가자는 예전에 참여해본 가족의 추천을 받아 이 프로그램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모두 정동길에서 와인의 감흥을 느끼며 만족한 표정이었다.

고종황제와 명성황후도 서양문화를 접하면서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와인으로 만난 정동은 또 다른 맛과 향이 있었다. 또한 수많은 역사가 담긴 정동길은 해설을 듣고 나니 정동을 이해하는 깊이도 달리 느껴졌다. 
정동을 떠올릴 정동 기념품
정동을 떠올릴 정동 기념품 ⓒ김윤경

문화가 숨어 있는 정동길에서 우리 역사와 와인을 느껴봐도 좋을 듯싶다. 8월 전후로 또 다른 행사가 계획 중이라고 하니 눈여겨보고 신청해 보자. 충분히 만족할 프로그램로 가득하다. 정동 구석구석을 다니며 암울한 시대를 겪었을 고종황제와 명성황후, 그리고 당시 사람들의 심정이 느껴졌다. 또한 그런 시기 마주한 서양문화가 주는 느낌도 전해졌다. 단 3시간의 프로그램이었지만,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정동의 또 다른 색을  느낄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2022 정동 근대 역사교육 프로그램(5~6월)

○ 정동 근대 역사교육 프로그램 안내 사이트
○ 서울정동협의체 홈페이지
○ 문의 : 02-2133-8496(서울시 도심권사업과), 02-318-0168( 정동역사재생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