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람만으로 모래만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와 한국의 음악인 6명이 만남과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서의 소리에 주목합니다. 사운드 아티스트 해미 클레멘세비츠, 해금을 연주하는 김예지, 비올라 다모레를 연주하는 올리비에 마랭, 거문고를 연주하는 심은용, 중세 성악을 부르는 크리스티앙 팔루아, 정가를 부르는 조윤영 - 여섯 아티스트의 호흡과 발성, 마찰과 공명이 교차하며 정가와 중세 성가, 전통 악기와 사운드스케이프가 서로 스며들며 음악이 탄생하는 가운데 우리는 공간이 전경이 되는 무경계를 탐닉합니다.
톺아보면, 소리는 관계 맺음을 통해 멜로디와 화성, 리듬이 되고 감정을 싣는 음악으로 조직됩니다. 언어 역시 마찬가지 - 모음이 자음을 만나 소리가 되고, 음소가 결합하며 단어와 문장이 됩니다. ‹바람만으로 모래만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이러한 소리의 발생, 관계 맺음, 확장, 소멸, 귀환의 과정을 여러 층위의 청각적 공간으로 펼쳐내며, 음악을 ‘연주된 결과물’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소리로 다루는 소닉 씨어터(Sonic Theatre)를 선보입니다. 무대 아래 공조기와 천장의 조명기 소음, 우리들의 호흡, 발성, 연주 등이 중심과 배경으로 끝없이 교차하며 등장하고 사라지면서, 이제 공연장은 하나의 살아 있는 공간이 됩니다.
♦ 장면 구성
0. 항상 그곳에 있던 소리
공연장에 들어서면, 그곳에는 언제나 들리는 소리들이 있습니다. 공조기가 돌아가는 소리, 관객이 하나둘 객석으로 들어오면서 옷깃이 스치는 소리, 그리고 스피커에서 야트막하게 나는 백색소음. 언제나, 공연장은 호흡하고 있습니다.
1. 태초의 목소리
노래하는 몸이 움틉니다. 마치 아이가 자궁 속에서 엄마의 음성을 처음 듣는 순간처럼, 명확하지 않은 소리, 그러나 그 에너지와 높낮이, 억양, 정서가 느껴집니다. 이윽고 다른 목소리가, 또 다른 악기의 소리가 하나둘 얽히며 중세 성가가 그러했듯 공간에 겹쳐 울립니다. 서로 다른 시대에서 비롯한 목소리와 악기의 울림이 하나의 호흡처럼 얽히며 공간을 부유합니다.
2. 부딪히고 흔들리는 소리
심장박동이 리듬의 시초라고 한다면, 우리는 늘 리듬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악기가 있기 전의 소리가 드러납니다. 긁히고, 부딪히고, 흔들리는 소리가 반복되며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악기의 진동은 점차 공간 전체의 움직임으로 번지고, 빛과 소리는 서로를 흔들며 객석까지 깊게 파고듭니다. 관객은 어느새 하나의 리듬 안에 놓이게 됩니다.
3. 서로 마주하는 소리
자기 수양을 위한 정가와 신에게 탄식하는 중세 성가가 명징하게 울립니다. 신을 향하던 노래는 다시 개인의 몸 가까이로 내려오고, 자기 수양을 위해 부르던 노래는 공동체를 향합니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출발한 소리들은 서로를 향해 다가갑니다. 여섯 명의 연주자는 독립된 존재로 머물면서도, 서로의 진동 속에서 공존의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4. 숨을 들이고 내뱉는 소리
모든 빛과 소리가 사라집니다. 관객 사이에 배경처럼 숨어있던 이 세상 모든 소리가 전면에 나섭니다. 공연장의 소음, 관객의 숨, 살며시 몸을 고쳐 앉는 소리까지 — 모든 숨이 악기가 됩니다. 소리의 중심은 더 이상 무대가 아닙니다. 이 공간에 있는 모든 것이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됩니다.
5. 함께 존재하는 소리
흩어져 있던 빛과 소리들이 다시 한곳으로 모여듭니다. 사람의 목소리와 악기의 소리, 공간이
숨 쉬는 소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공명체처럼 진동합니다. 다시금, 공연장은 호흡하고 있습니다.
자료출처 :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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