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1945년 8·15해방을 맞았지만 38도선을 경계로 남북으로 분단되었고 남한에는 미군정이 시행되었다. 일제하 ‘경기도 경성부’였던 서울은 1946년 ‘서울특별시’로 승격되었다. 좌우익의 극심한 분열과 대립으로 사회는 매우 혼란스러웠고 결국 1948년 남북한에 각각 단독정부가 수립되었다. 정부 수립 2년 후인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전쟁이 발발했으며 서울은 개전 3일 만에 북한군에 점령되었다. 서울의 침탈과 탈환이 번갈아 이루어지면서 서울시민들은 전쟁 동안 고통과 공포에 시달려야만 했다.

만 3년간의 전쟁은 1953년 휴전협정과 더불어 끝났다. 사람들은 전쟁 후유증과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쳤지만 정치는 혼란스러웠고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1960년대 중반에 접어들어서야 한국경제는 성장의 기지개를 켰고 서울도 전쟁의 상흔을 씻어내기 시작했다. 1953년 100만 명 정도였던 서울의 인구는 1963년 300만 명을, 1970년 500만 명을 돌파하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싸우면서 건설하자’는 구호 아래 ‘불도저’ 김현옥 시장이 등장하면서 서울의 도시경관은 급격히 변모했다.

1963년 서울시에 편입되었으나 아직 한적한 시골로 남아 있던 한강 이남 영등포 동쪽의 ‘영동永東’ 지역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계기로 ‘강남江南’이라는 지역명으로 새롭게 개발되기 시작했다. 광활한 강남 지역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강북의 명문학교들을 강남으로 대거 이전시키는 등 강북 개발을 억제하고 강남에 특혜를 주는 다양한 유인책들이 시행되었다. 이러한 개발촉진책들과 부동산 투기 열풍이 맞물려 강남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고, 중산층의 ‘강북 탈출’과 더불어 ‘강남 입성’의 인구 이동이 줄을 이었다.

서울은 무작정 상경하여 낯선 땅에 새롭게 뿌리내린 신新 서울내기들이 빚어내는 욕망과 좌절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무대였다.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의 추진과 함께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서울의 모습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이는 당시 문화예술의 인기 소재가 되어 서울에 대한 동경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1970년대에는 고도성장을 배경으로 중상류층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단지 아파트 건설이 추진되었다. 편리함과 안락함을 두루 갖춘 아파트는 점차 서울 시민의 대표적인 주거양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서울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지 채 반세기도 되지 않아 세계적인 거대도시로 성장했다. 1980년대 한국사회는 신군부의 권위주의 통치와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이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가운데 ‘3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을 배경으로 고도 경제성장이 지속되었다. 88서울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한 관 주도적 캠페인 하에 ‘86·88의 시대’를 거치면서 강남·북을 아우르는 ‘국제도시’로 거듭난 서울은 총 25개 자치구에 약 천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거대도시로 변모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