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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원 김장체험', 한식 명장에게 김장 비법 배웠어요!

  • 등록일 2021-11-29
  • 작성자 관리자

무계원 ‘한옥의 식(食)사계 겨울의 맛’ 김장체험 진행

지난 27일 토요일, 무계원에서 ‘한옥의 식(食)사계 겨울의 맛’ 첫 번째 프로그램인 김장체험이 진행됐다. ‘손쉽고 맛있게 김장을 할 수 있는 비법을 알게 되지 않을까’ 기대감을 안고 사전 접수를 했다. 예약이 확정돼 재료비(1인당 2만원)를 지불하고, 당일 무계원을 찾았다. 
부암동에 자리한 무계원은 익선동에 있던 옛 오진암 건물 자재로 지은 문화공간이다. ⓒ박지영
부암동에 자리한 무계원은 익선동에 있던 옛 오진암 건물 자재로 지은 문화공간이다. ⓒ박지영

종로구 부암동에 자리한 무계원은 고즈넉한 한옥 풍광 속에서 전통을 체험하는 문화공간이다. 대로변의 부암동주민센터 옆길로 조금 더 들어가면 무계원이 나온다. 과거 종로구 익선동에 있던 서울시 등록음식점 1호인 ‘오진암’의 건물 자재로 지어진 점이 특이하다. 오진암은 조선말기 서화가 이병직의 집이기도 했으며, 1910년 초 대표적인 한정식집이자, 7.4 남북공동성명을 이끈 역사적인 장소였다고 한다. 
김장체험 참가자에게 제공한 무계원의 크리스마스 선물과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 이벤트 등 ⓒ박지영
김장체험 참가자에게 제공한 무계원의 크리스마스 선물 ⓒ박지영

무계원의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는 세미나, 강연, 회의실로 사용되며, 안채 마루와 안마당, 뒷마당 등 부대시설에서는 다양한 전통문화 행사가 열린다. 이전에도 몇 번 무계원에 가본 적이 있는 필자는 ‘주방시설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김장체험을 하지?’ 궁금하던 참에 교실에 들어선 순간 모든 의문이 풀렸다. 

어깨너머로 배운 비법과 만난 '요리 과학'

각자의 책상 위에 김장체험 관련 모든 준비물이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부직포로 만든 앞치마도 준비돼 있었다. 강의를 맡은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대표가 한복을 곱게 입고 운영자들과 참가자들을 따뜻하게 맞았다. 체험 시작 전 김영종 전 종로구청장도 무계원을 찾아 주민들과 짧은 인사를 나누었다. 김장체험은 총 2시간 일정으로 진행됐다. 
각 책상 위에 당일 김장에 사용할 재료와 양념, 레시피가 준비돼 있었다. ⓒ박지영
각 책상 위에 당일 김장에 사용할 재료와 양념, 레시피가 준비돼 있었다. ⓒ박지영

먼저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통해 김치의 역사, 종류, 재료 선별하는 방법 등을 배웠다. 그 다음엔 준비된 재료로 직접 김치를 담그는 시범이 이어졌다. 사실 김치는 각 가정마다 담그는 법에 차이가 있다. 원형은 변하지 않더라도 지역차도 있고 가정의 입맛차도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엄마표 김치’를 즐겨먹으며 김장할 때마다 어깨너머로 배운 게 다였다. 강사와 필자 엄마의 차이는 ‘계량’에서 오는 것 같았다. 눈대중으로, 어림짐작해서 알았던 김장을 ‘요리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되짚다 보니 김장체험이 꽤 흥미로웠다. 
윤숙자 명인의 진행으로 김치의 역사, 재료 고르는 법, 실제 담그기 등을 배웠다. ⓒ박지영
윤숙자 명인의 진행으로 김치의 역사, 재료 고르는 법, 실제 담그기 등을 배웠다. ⓒ박지영

명인의 통배추 김치 만들기 방법은 이러했다. 가장 중요한 배추는 너무 큰 것보다는 2.5kg 내외의 것이 좋다. 큰 건 질기고 절이는 시간이 길어져 맛이 달아나기 때문이다. 절이는 것 역시 집에서는 반나절 정도이지만 명인은 6~8시간을 권장한다. 간수를 뺀 절임용 소금은 130g(2.4kg 1통 기준)으로 종이컵 1컵 반 정도다. 1컵은 먼저 물에 풀고 나머지 소금은 뿌리 부분에 뿌린다. 중간에 한번 뒤집어 줘야 제대로 절여진다. 

명인이 전하는 통배추 김치 담그기 핵심 노하우

절인 배추는 흐르는 물에 세 번은 씻어야 기생충 알이나 농약 등이 남지 않는다. 잎 부분의 남은 물기를 꽉 짜서 채반에 엎어서 두면 된다. 김장 속 양념으로는 무, 홍갓, 미나리, 쪽파를 썼는데, 특이한 건 무를 결대로 세운 후 썰어 쓰는 것이다. 보통은 무를 가로로 누여 놓고 토막을 낸 후에 특별한 방향 없이 원하는 대로 사용하는데, 무에도 결이 있단다. 무가 자란 방향으로, 세워서 썰어 무생채나 속을 만들면 더 맛있다니 신기하다. 여기에 향이 많고 매콤한 맛을 내는 홍갓, 쪽파, 미나리를 3cm 크기로 썰어두고, 액젓의 비린내를 없애주는 대파도 채 썰어 조금 넣는다. 무도 5cm 정도 최대한 얇게, 쪽파도 굵은 경우엔 머리에 칼집을 내 적당한 크기로 썰어준다. 
먼저 재료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두고 준비된 양념을 순서대로 섞었다. ⓒ박지영
먼저 재료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두고 준비된 양념을 순서대로 섞었다. ⓒ박지영

양념은 고춧가루, 액젓, 마늘, 생강, 새우젓, 설탕을 넣어 만든다. 먼저 고춧가루에 액젓을 넣어 촉촉하게 섞어준 후 다른 양념을 넣었고 새우젓은 건지를 꽉 짜 액체만 넣은 후 건지는 잘게 다져 넣는다. 설탕은 김치 미생물을 발효하는 동안 쓰일 미생물의 영양원으로 사용된다. 양념을 다 넣은 후 채 썬 무를 양념이 스며들 때까지 박박 비벼주고, 나머지 채소를 넣은 후에는 풋내가 나지 않게 살살 섞어준다. 
잘 만든 속을 김치 줄기 방향으로 적당량을 넣고 잎 부분에는 손에 남은 양념을 묻혀줬다. ⓒ박지영
잘 만든 속을 김치 줄기 방향으로 적당량을 넣고 잎 부분에는 손에 남은 양념을 묻혀줬다. ⓒ박지영

이제 양념 준비가 끝났다. 배추의 줄기 부분에 적당하게 양념 속을 넣고 나머지 손에 묻은 양념을 배추에 쓱쓱 바르면 된다. 마무리는 배추의 잎 부분을 줄기 방향으로 반으로 접고 마지막 잎으로 감싼다. 이렇게 해야 맛이 골고루 잘 밴다고 한다. 김치통에 옮겨 담은 김치 위로는 양념을 버무렸던 그릇에 소금물을 조금 넣어 헹군 앙념물을 부어주었다. 이렇게 정성껏 담은 배추김치는 운영진에서 준비한 김장 비닐과 용기에 담아 집으로 가져와 상온에 보관했다. 

한국인의 '영혼의 음식', 김치

재료를 준비해서 만들기까지 정말 많은 공정과 시간을 요하지만, 그래도 만들어두면 어떤 것보다도 우리 밥상을 풍요롭게 하는 건강식이 바로 김치다. 아무리 식습관이 서구화됐다고 해도 김치찌개, 김치찜, 부침개, 전골 등 김치가 들어간 음식은 우리 식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요리 중 하나다. 
속까지 잘 넣은 배추김치는 반으로 접어 마지막 잎으로 감싸 한 덩이씩 쪼갠 부분이 위로 가게 차곡차곡 담았다. ⓒ박지영
속까지 잘 넣은 배추김치는 반으로 접어 마지막 잎으로 감싸 한 덩이씩 쪼갠 부분이 위로 가게 차곡차곡 담았다. ⓒ박지영

김치를 만드는 김장은 2013년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자랑스런 전통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에서 제대로 담는 법을 아는 사람도 드물고, 여전히 김장은 여성의 몫이라는 편견도 있다.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요즘, 김치 담는 법을 알아두면 평생 밥상을 책임질 비법 하나를 얻어가는 셈이다. 
김치를 담은 기념으로 가족과 함께 돼지고기 수육을 만들어 먹었다. 김치는 가족과 지인과 나눠먹으며 정을 나누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박지영
김치를 담은 기념으로 가족과 함께 돼지고기 수육을 만들어 먹었다. 김치는 가족과 지인과 나눠먹으며 정을 나누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박지영

필자는 가족들과 김장김치를 환상의 궁합인 돼지고기 수육과 함께 먹으며 다음 번에는 전통 장 만들기에 도전해봐야겠다 다짐했다.

김장체험에 이어 종로문화재단에서는 오는 12월 4일에는 무계원에서 떡 만들기 체험(강사 김희연 떡박물관 부관장)을, 28일에는 상촌재에서 팥죽을 나누는 ‘동지섣달’ 절기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각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내용 및 신청 방법은 종로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일상 속 전통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