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 검색
새소식
그밖에 궁금한 문화 소식

보도자료

정동 정원에 황금빛 구슬꽃이 피었습니다

  • 등록일 2022-08-04
  • 작성자 관리자
‘정원과 정원’ 전은 덕수궁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8월 7일까지 진행된다. 덕수궁 연지의 ‘황금연꽃’ⓒ이선미
‘정원과 정원’ 전은 덕수궁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8월 7일까지 진행된다. 덕수궁 연지의 ‘황금연꽃’ⓒ이선미

7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덕수궁을 찾았다. 이날은 덕수궁 관람이 아니라 연지에서 진행되는 ‘정원과 정원’ 전시를 보는 게 목적이었다. 


월대 복원 공사 때문에 입구가 좀 비좁았다. 입구에 ‘문화가 있는 날 무료관람’이라는 표지가 있었다. 모퉁이를 도니 뜨거운 열기를 식히는 바람이 스쳤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로 고궁과 미술관, 도서관 등에서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이선미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로 고궁과 미술관, 도서관 등에서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이선미

덕수궁 연지에는 ‘장 미셸 오토니엘’의 황금목걸이와 황금연꽃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 처음에 이 전시를 봤을 때는 커다란 황금색 구슬로 만들어진 작품의 의미를 몰랐다. 


수공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구슬 하나하나에는 어떤 흠집들이 남지만 구슬이 하나의 작품으로 꿰어지면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작가의 구슬들은 그 이면에 불안과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 상처를 마주하고 통과해 다시 희망을 꿈꾸기를 바라는 것이 작가의 바람이라고 한다.


시민들은 연지를 빙 둘러 가면서 황금 구슬이 전하고자 하는 바와 만나고 있었다. 시민들의 모습까지 어우러져 또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덕수궁과 시립미술관 야외조각 공원 나무에 ‘황금목걸이’가 걸려 마치 희망의 나무 같다.ⓒ이선미
덕수궁과 시립미술관 야외조각 공원 나무에 ‘황금목걸이’가 걸려 마치 희망의 나무 같다.ⓒ이선미
시민들이 어우러져 또 하나의 작품이 되는 덕수궁 연지ⓒ이선미
시민들이 어우러져 또 하나의 작품이 되는 덕수궁 연지ⓒ이선미

‘정원과 정원’ 전은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이어졌다. 미술관 관람료도 무료였다. 1층 야외조각공원에도 오토니엘의 작품이 설치됐다.

‘문화가 있는 날’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무료 관람할 수 있다.ⓒ이선미
‘문화가 있는 날’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무료 관람할 수 있다.ⓒ이선미

입구에 설치된 ‘바벨의 매듭’과 ‘상상계의 매듭’ 앞에서 시민들은 오랫동안 사진을 찍었다. 삼삼오오 미술관을 찾은 시민들은 유리알에 투영되는 자신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즐거워했다. 

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야외조각 공원에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선미
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야외조각 공원에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선미
‘상상계의 매듭’ 앞에 서면 세계와 나 자신이 거울처럼 투영된다.ⓒ이선미
‘상상계의 매듭’ 앞에 서면 세계와 나 자신이 거울처럼 투영된다.ⓒ이선미

‘루브르의 장미’를 보고 싶었다. 프랑스 임금 앙리4세와 마리 드 메디시스의 결혼식을 다룬 그림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이 작품의 일부는 루브르박물관이 영구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자두꽃’은 ‘루브르의 장미’를 변형했는데 덕수궁에서 본 오얏꽃 문양에서 착안했다. 장미와 자두꽃, 작가의 나라 프랑스와 대한제국의 상징 오얏꽃이 같은 시공에 존재하고 있었다. 

‘루브르의 장미’와 ‘자두꽃’ⓒ이선미
‘루브르의 장미’와 ‘자두꽃’ⓒ이선미

그런데 더 반가운 작품이 있었다. 인도의 유리 장인들과 협업해 완성한 ‘푸른강’이었다. 이 푸른 돌들은 물결처럼 흐르는 듯 보이지만 그야말로 하나하나에 저마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상처를 품은 채 찬란해지는 유리돌은 스스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제대로 대면해 마침내 찬란해지라고 넌지시 말을 건넨다.

‘푸른강’은 인도 유리 장인들과 협업한 거대한 작품으로 푸른빛 물결 같기도 하지만 거울 같기도 하다.ⓒ이선미
‘푸른강’은 인도 유리 장인들과 협업한 거대한 작품으로 푸른빛 물결 같기도 하지만 거울 같기도 하다.ⓒ이선미

매듭 역시 뜻밖의 만남이었다. 매듭은 풀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일부러 꼰 것이 아니라면 매듭은 풀어야 한다. 그런데 철학자 라캉에게 경의를 표하며 시작했다는 오토니엘의 작업은 또 다른 의미를 품고 있었다. 오히려 이 매듭은 서로가 서로를 지탱한다. 그래서 하나가 깨지면 모두가 깨지고 만다. 

‘푸른강’ 위에 설치한 매듭 작품들 ⓒ이선미
‘푸른강’ 위에 설치한 매듭 작품들 ⓒ이선미

무수한 구슬들은 저마다의 존재가치를 가지고 매듭을 구성하고 있다. 우주의 모든 것이 제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존재한다는 의미로 확장할 수 있다. 우리 모두도 그렇다. 우리 안의 무수한 구슬들, 저마다의 상처를 갖고 있는 구슬들도 어느 것 하나 우습게 끊어서 버릴 게 아니다. 서로에게 이미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는 매듭은 인드라망의 세계를 보여주기도 한다.ⓒ이선미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는 매듭은 인드라망의 세계를 보여주기도 한다.ⓒ이선미

우주가 알 수 없는 질서 속에 존재하는 것만큼 사람의 생명 또한 질서를 가지고 조화롭게 이어진다. 그 질서, 조화가 깨지면 병이 들고 죽음에 이른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한 시민이 ‘거울 매듭’을 들여다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이선미
한 시민이 ‘거울 매듭’을 들여다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이선미

‘프레셔스 스톤월’이나 ‘오라클’에 이르면 좀 더 낯선 시선을 요구한다. ‘신화에 기반한 현실과 환상, 미래의 꿈을 엮어 경이의 세계로 이끄는 작업’의 결과물이다. 

입으로 불어서 만드는 색색의 유리벽돌은 각기 다른 형상과 흠집, 빛깔을 가지고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이선미
입으로 불어서 만드는 색색의 유리벽돌은 각기 다른 형상과 흠집, 빛깔을 가지고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이선미

시립미술관은 ‘정원과 정원’이 “복수의 전시 장소를 지칭하는 한편 작품을 거쳐 관객의 마음에 맺히는 사유의 정원을 포괄한다”고 설명한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정동길 한걸음 한걸음 마다 또 하나의 정원들이 나타났다. 

정동길은 또 하나의 정원이다. 아이가 분수 앞에서 즐거워하고 있다.ⓒ이선미
정동길은 또 하나의 정원이다. 아이가 분수 앞에서 즐거워하고 있다.ⓒ이선미

정동길에는 역사가 있다. 온전히 마주보고 보듬고 나아가야 할 역사를 걷는다. 그 역사 위를 어린아이가 걷고 분수가 솟아오르고 배롱나무꽃이 핀다.

정동길에는 배롱나무꽃 핀 이렇게 예쁜 길이 있다.ⓒ이선미
정동길에는 배롱나무꽃 핀 이렇게 예쁜 길이 있다.ⓒ이선미


상처 많은 우리 궁궐 덕수궁 연지에 띄워진 황금연꽃. 연꽃의 의미도 그렇고 황금구슬 이면의 상처도 문득 반가웠다. 고궁 연못의 황금구슬들을 그저 감성적인 풍경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좀 들여다보니 작가의 철학이, 생에 대한 고민과 성찰과 깨달음과 권고가 손을 내밀었다. 정동의 정원이 사색의 길이 되었다. 문화가 있는 날, 덕분에 고궁과 미술관에서 무상으로 ‘사유의 정원’을 거닐었다.


문화가 있는 날


○ 문화가 있는 날 : 매달 마지막 수요일 , 홈페이지

○ 서울시립미술관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