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 장 담그기 체험했어요~
'2022 전통 장 담그기' 체험행사가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 열렸다. ⓒ방금숙
“직접 전통 장을 담가 가족의 건강을 지켜보세요.”
지난 2월 26일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한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는 ‘2022 전통발효식문화 장 담그기’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은 우리나라 전통가옥인 한옥의 우수성을 알리고 다채로운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도서관이다. 이날 체험 행사에는 서울시민과 강남구민 등 총 16가족이 참여해 전통장 제조법을 배우고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월 26일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한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는 ‘2022 전통발효식문화 장 담그기’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은 우리나라 전통가옥인 한옥의 우수성을 알리고 다채로운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도서관이다. 이날 체험 행사에는 서울시민과 강남구민 등 총 16가족이 참여해 전통장 제조법을 배우고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한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 입구 ⓒ방금숙
2018년 3월에 시작해 올해로 5년째를 맞은 '못골어린이도서관'의 장 담그기 행사는 직접 발효음식 제조과정을 배우면서 전통 발효음식의 우수성은 물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진행은 이 지역에 거주하며 40년 이상 전통장을 담아오고 있는 조숙자 명인이 맡아오고 있다. 조숙자 명인은 전통장류 기능보유자이자 3대 내림솜씨 명인이다.
3대째 전통 장 내림솜씨를 이어온 조숙자 명인 ⓒ방금숙
전통 장 담그기 행사는 인근 혁신학교 3곳(세명초·자곡초·율현초)의 학부모들이 주축이 된 ‘세자율된장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단순한 장 만들기를 넘어, 지역 장인과 주민들 그리고 지역 자원인 도서관이 한데 힘을 모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하고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 진행한 장 담그기 행사는 강남구민뿐 아니라 서울시민도 참여 가능하다.
장 담그기 전 올 한해 장이 잘 익어가길 기원하는 사물놀이 행사가 펼쳐졌다. ⓒ방금숙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 장 담그는 날!
이번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시간대별로 4가족씩 나눠서 진행됐다. 하루 4번이나 같은 설명을 하고 장 담그는 과정을 반복하는 일이 힘들 법도 한데 조숙자 명인은 연신 웃음을 띠며 열띤 강의를 펼쳤다.
체험은 메주 씻기, 소금물 거르기, 장 담그기 순으로 진행됐다. ⓒ방금숙
조숙자 명인은 “내 나이가 83세지만 장 담그는 교육만 하면 신이 난다”며 “한번 장을 담가보고 선생님이 될 수는 없지만 2~3번 강의를 듣고 직접 해보면 누구나 가정에서 장을 담가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명인은 특히 지난 40년 간 한결 같은 장맛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비법은 다름 아닌 ‘엄선된 재료’라고 했다. 이날 체험을 위한 메주와 천일염 등 재료도 명인이 직접 준비한 것들이었다.
엄선한 콩으로 조숙자 명인이 직접 만든 메주들 ⓒ방금숙
장 담그기는 준비된 메주를 물에 가볍게 씻는 것부터 시작됐다. 깨끗해진 메주를 장독에 넣고 염도를 적당하게 맞춘 소금물을 부어주면 된다. 참가자들은 천일염 위에 물을 살살 내려 잘 녹여가며 염도를 18도에 맞췄다. 이후 항아리 가득 소금물을 붓고, 이물질 제거를 위한 숯과 깊은 맛을 내기 위한 고추와 대추를 넣고, 액운을 물리치는 금줄을 감아 마무리했다.
참가자들과 명인이 깨끗하게 씻은 메주를 항아리에 담고 있다. ⓒ방금숙
사실 전통 장 만들기 행사는 연중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다. 2월경 선착순으로 신청자를 모집하고, 장 담그기 행사에 이어 4월 장 가르기, 10월 장 나누기로 이어진다. 특히 코로나19 이전에는 10월에 직접 만든 익힌 장을 나눌 때면 지역 단체들이 연합해 도서관 마당에서 성대한 마을잔치를 열곤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간장과 된장은 일부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증한다니 더욱 뜻 깊은 행사가 아닐 수 없다.
숯과 고추, 대추를 넣고 액운을 물리치는 금줄을 감아주었다. ⓒ방금숙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의 장 담그기 행사는 원래 인기가 많았지만 올해는 더욱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도서관 담당자는 “홈페이지에 사전 행사를 공지하는데 모집 당일 3분 이내로 대기까지 모든 신청이 마감됐을 정도”라고 전했다. 행사장 한 켠에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전통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2022 전통발효식문화 도서 큐레이션’도 마련됐다.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 사서들이 준비한 장 관련 도서 큐레이션 ⓒ방금숙
3대째 전통장 내림솜씨 장맛, 확실히 달라요
“금줄엔 뭐가 들어갈까?”
“고추와 숯이요!”
장 담그기가 진행되는 항아리 옆에서 손녀와 정겨운 대화를 나누던 김상례 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했다. 수십 년 직접 장을 담가먹는다는 주부 고수인 김상례 씨가 장 담그기에 참여한 이유가 궁금했다.
“고추와 숯이요!”
장 담그기가 진행되는 항아리 옆에서 손녀와 정겨운 대화를 나누던 김상례 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했다. 수십 년 직접 장을 담가먹는다는 주부 고수인 김상례 씨가 장 담그기에 참여한 이유가 궁금했다.
첫 시간에는 조부모와 부모, 자녀로 구성된 3대 가족 4팀이 참가했다. 사진은 김상례 씨 가족 ⓒ방금숙
김상례 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바쁘니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며 “무엇보다 장소가 너무 좋다. 서울 시내에 어디서 이렇게 전통 장독대를 체험하고 직접 장을 담가볼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녀는 “40년 간 된장을 담아오고 있는데도 여기서 명인에게 또 배운다”며 “1년 간 책임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된장 자체도 아무것도 넣지 않고 된장찌개만 끓여도 너무 맛있다”고 덧붙였다.
진재순 씨가 손자와 함께 소금물 내리기를 체험하고 있다. ⓒ방금숙
딸과 손자와 함께 체험에 참여한 진재순 씨는 전통장을 담가보면서 친정어머니 생각이 난다고 했다. 진재순 씨는 “예전에는 지금처럼 염도계가 없어 어머니께서 계란을 띄워 500원 동전만큼 보이면 적당하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며 “직접 만들어서 먹어보면 사먹는 된장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정말 맛있다”고 말했다.
올 한해 도서관 장독대에서 익어갈 전통발효장 ⓒ방금숙
신대방동에서 세 자녀와 함께 참가한 이옥용 씨 가족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장 담그기 체험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로 지인들에게도 많이 소개하고 있다”며 “코로나가 끝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운치 있는 한옥에서 즐기는 독서...‘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
한편 2017년 문을 연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은 전통 한옥 특유의 정취와 도서관이 만난 특별한 공간이다. 지하철 3호선 수서역에서 내려 03번 마을버스를 타고 ‘못골마을’ 정류장에 내리면 한옥 호텔을 방불케 하는 멋진 외관이 눈길을 끈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 열람실 외관 ⓒ방금숙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 내부. 온돌 방에 앉아 책 삼매경에 빠질 수 있다. ⓒ방금숙
본래 조선 후기 성리학자 윤증 고택을 재현해 지어진 이곳은 전통 한옥의 운치를 살린 안채, 사랑채, 곳간채, 앞마당, 후원 등 한옥 5개동과 넓은 마당으로 이뤄져 있다. 서울시내 흔치 않은 한옥도서관답게 못골 서당, 화롯불 동화, 전통발효기행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과 더불어 너른 앞마당에서는 명절마다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체험 행사가 펼쳐진다.
측면에서 본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 한옥 호텔을 연상시키는 수려한 외관이 눈에 띈다. ⓒ방금숙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은 도심 속 공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한적하다. 아이와 함께 아늑한 한옥 온돌에서 책을 읽고 장이 익어가는 항아리도 관찰할 수 있어 주말 나들이 장소로 이만한 곳이 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