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숲길 6.3km, 도심 속 공원으로 떠난 봄맞이 ⓒ이준엽
봄비가 온다. 코로나로 답답한 마음을 봄비가 토닥토닥, 위로해 준다.
2022년 봄이 어디 만큼 오고 있나 궁금해서, ‘경의선숲길’ 따라 마중 나가 보았다.
원래 경의선은 1906년 서울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500㎞가 넘는 기찻길로 개통되었다. 우리나라 남북을 이어가며 가장 많은 노선으로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날랐지만, 남북 분단 이후 반쪽짜리 철길 신세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경의선의 용산과 가좌를 연결하는 구간을 지하로 옮기고, 남은 지상 철도 구간을 서울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시민들을 위한 공원인 ‘경의선숲길’로 만들었다. 경의선숲길은 가좌역에서 효창공원앞역까지 6.3㎞에 이르는 도심 속 옛 철길이자 숲길이다.
2022년 봄이 어디 만큼 오고 있나 궁금해서, ‘경의선숲길’ 따라 마중 나가 보았다.
원래 경의선은 1906년 서울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500㎞가 넘는 기찻길로 개통되었다. 우리나라 남북을 이어가며 가장 많은 노선으로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날랐지만, 남북 분단 이후 반쪽짜리 철길 신세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경의선의 용산과 가좌를 연결하는 구간을 지하로 옮기고, 남은 지상 철도 구간을 서울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시민들을 위한 공원인 ‘경의선숲길’로 만들었다. 경의선숲길은 가좌역에서 효창공원앞역까지 6.3㎞에 이르는 도심 속 옛 철길이자 숲길이다.
경의선 남가좌리건널목 ⓒ이준엽
가좌역으로 가기 위해 경의선 남가좌리건널목에 섰다. 때마침 건널목 정지 신호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KTX, 새마을호, 통일호가 지나갔다. 오랜만에 오랜 시간 건널목에 서 있었다. 건널목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 내 마음은 어느새 기차를 향해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기차를 제대로 타본 일이 없어서 그런지 정말 기차 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가좌역을 지나 연남동 구간 경의선숲길에 들어서자 예전에 기차 탔던 좋은 추억들이 아지랑이처럼 아련하게 피어 오른다. 여름방학 외할머니댁으로 데려다 주던 행복한 장항선, 대학 다니며 친구들과 MT가기 위해 몸을 실었던 설레이는 경춘선, 지방 출장을 위해 새벽에 몸을 실었던 경부선까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추억이 없다.
가좌역을 지나 연남동 구간 경의선숲길에 들어서자 예전에 기차 탔던 좋은 추억들이 아지랑이처럼 아련하게 피어 오른다. 여름방학 외할머니댁으로 데려다 주던 행복한 장항선, 대학 다니며 친구들과 MT가기 위해 몸을 실었던 설레이는 경춘선, 지방 출장을 위해 새벽에 몸을 실었던 경부선까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추억이 없다.
경의선숲길 연남동 구간의 '느린우체통' ⓒ이준엽
추억을 되새기며 걷다가 홍대입구역이 가까워질 때 즈음, ‘느린우체통’이 눈에 들어왔다. 빠르게 돌아가는 디지털 시대에 기다림의 의미를 되새겨 주고, 손편지 쓸 기회를 제공해 주는 우체통이었다. 필자도 이 숲길을 걷는 추억을 편지에 담아 1년 뒤 나에게 보내고 싶었다. ‘열심히 봄을 기다렸다’는 말과 함께.
경의선숲길 와우산로 32길 '땡땡거리' ⓒ이준엽
건널목 차단기 ‘땡땡’ 소리로 이름 붙여진 '땡땡거리' ⓒ이준엽
경의선숲길 와우교구간은 홍대문화의 발원지 ‘땡땡거리’라고 한다. 철도가 지날 때면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지고 ‘땡땡’ 소리가 울려서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는 사연이 재미있다. 오랜 역사만큼 추억도 사연도 많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옆에 사람이 있어 좋았고, 밤 늦게까지 같이 나눌 음악과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시작된 예술이었을 것이다.
염리동 구간, 첫길에서 노는 소년 소녀상 ⓒ이준엽
봄이 도대체 어디쯤 오고 있는 걸까 궁금하던 차에, 염리동 구간에서 철길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듣고 있는 소년상을 만났다. 철길을 외나무다리처럼 건너고 장난치는 소년, 소녀상이 정겹다. 옛 생각도 나고 두 소년, 소녀가 귀여워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니, 갑자기 철길 사이에 피어나는 민들레들이 눈에 들어왔다. 봄비를 맞아 촉촉히 젖어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새로 피어나는 잔디, 봄비를 가득 머금은 토끼풀이 나를 반긴다. 목련꽃 봉오리도 꽃필 준비를 하고 있다. 다들 이미 봄이 왔다고 재잘재잘 얘기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철길에 귀를 대고 있는 소년은 이미 봄이 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경의선숲길, 철길 사이에 핀 민들레 ⓒ이준엽
경의선숲길, 봄비를 잔뜩 머금은 클로버 ⓒ이준엽
경의선숲길, 봄소식 가득한 새 잔디 ⓒ이준엽
경의선숲길, 목련꽃 봉오리 ⓒ이준엽
마지막 원효로 구간은 봄소식을 만끽하며 걸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새창고개 히스토리 벽에서 만난 백범 김구 선생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새창고개 히스토리 벽에서 만난 백범 김구 선생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원효로 구간, 새창고개 히스토리벽 ⓒ이준엽
새창고개는 새로 지어진 창고 때문에 붙여진 고개 이름이다. ⓒ이준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