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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이란 조선시대 왕이 기거하던 궁궐의 정문을 지키는 수문장과 수문군들의 근무교대 모습을 재현한 행사이다. 수문장은 궁궐의 수비를 담당하는 관청인 수문장청 소속으로 수문군을 지휘하는 종 6품의 무관이다. 1996년부터 시작된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11시와 오후 2시에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재현되고 있다. 

서울시는 1996년 영국 버킹엄 궁전 근위병 교대식과 같은 문화상품을 만들고자 각 분야 전문가들과 수차례 자문회의를 거쳐 서울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 행사를 만들었다. 서울의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이 궁금한 시민들을 위해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어떤 사람들이 나오는지 살펴보기로 하겠다.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은 엄고수가 대북을 3회 치는 ‘개식타고’로 시작을 알리고 첫 번째 순서로 ‘군호하부의식’이 진행된다. ‘군호’란 매일 세 글자 이내로 국왕의 승낙을 받은 암구호로 이를 수문장을 비롯한 근무자들에게 하달하는 절차이다. 이어서 경계 근무 중인 수문장과 수문군이 궁궐문 앞에 위치하고 궁궐 내를 순찰하던 수문장과 수문군이 문 앞 광장으로 이동하여 근무 교대할 준비를 하게 된다. 

두 번째 순서는 ‘군호응대’로 근무 중인 참하와 교대할 참하가 서로 간에 군호로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이때 ‘참알의식’을 통해 신임 수문장 취임식을 거행하게 되는데, 신임 수문장은 전임 수문장 앞으로 나아가 관등성명과 함께 새로 취임한 사실을 보고하며 임명장인 ‘교지’를 전임 수문장에게 전달한다. 이어 신임 수문장은 자신의 소속 수문군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부대원에게 자신의 소개와 사열을 통해 근무 준비상태를 점검한다. 

다음은 ‘초엄’이라는 구령과 함께 궁궐문의 열쇠가 들어있는 약시함을 인계하고 ‘중엄’이라는 구령으로 수문장 임무를 인계인수한다. 수문장 상호간에 ‘부신’을 맞추어 신원을 확인하고 수문장임을 증명하는 ‘위장패’를 인계한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인 ‘삼엄’ 구령 후 수문군들이 서로의 위치를 바꾸어 근무교대를 하게 된다. 교대의식을 끝낸다는 뜻의 ‘예필’이라는 구령에 맞추어 교대한 수문군들은 순라(수문장 퍼레이드)를 위해 다양한 지역으로 출발하면서 교대의식은 끝이 난다. 

조선시대 수문장들을 관리하는 관청인 수문장청은 궁궐문 경비와 통행인 감시, 문을 열고 닫는 책임과 궁궐 내외를 순찰하는 순라업무을 수행하였다. 종6품의 수문장과 참하, 수문군 등으로 편성되어 근무를 하였다.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에는 수문장, 수문군, 참하, 승정원 주서, 액정서 사약, 취라척, 엄고수가 등장한다.  

엄고수는 궁중의 음악과 무용을 담당하던 기관인 장악서 소속으로 교대의식 중 북으로 교대 간 신호를 보내는 임무를 담당한다. ‘개식타고’에서 힘찬 북소리로 교대의식의 시작을 알리는 일도 한다. 엄고수의 대북소리를 적들이 듣는다면 겁을 먹고 도망갈 것 같은 위엄 있는 소리이다. 

수문장은 궁궐의 수비를 담당하는 관청인 수문장청 소속으로 수문군을 지휘하며 궁성문 수호의 책임자로 종6품의 무관이다. 수문군은 능장, 월도, 기수 등으로 구성된 일반군사로 궁성문을 수비하며 역시 수문장청 소속이다.

승정원 주서는 정7품의 문관이며, 왕명을 하달하여 교대의식을 감독한다. 왕명출반을 수행하는 기관인 승정원 소속이다. 참하는 수문장청 종 9품의 무관으로 수문군을 관리한다. 액정서 사약은 정원관리를 담당하던 액정서 소속으로 왕명전달, 궁궐의 열쇠를 보관, 관리하는 임무를 담당하며 교대의식에서 열쇠함을 수문장에게 감독받는다. 

궁중의 음악과 무용을 담당하던 기관인 장악서 소속의 취라척은 교대의식과 순라의식 시 힘찬 군악을 연주한다. 순라의식은 교대의식 후 도성을 순찰하는 의식이다. 순라의식 때 취라척이 연주하는 악기도 보고 군악을 들을 수 있다.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에 대해 이렇게 글로 읽고 덕수궁 대한문 옆에서 이루어지는 수문장 교대 의식을 보면 더 이해가 잘 된다. 시민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나도 수문장’, ‘개식타고’에 참여해 보았는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엄고수가 되어 ‘개식타고’를 해보니 대북의 큰 소리가 가슴 속 맺힌 것을 뻥 뚫어 주는 것 같았다. 장중하고 위엄 있는 북소리는 조선 왕조의 권위를 나타내 주고, 서울의 깊은 역사를 드러내 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서울시민임이 자랑스러웠다. 

수문장이 되어 ‘참알의식’을 통해 임명장도 받고, 부신도 맞추어 보고 위장패도 받으니 정말 수문장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위장패를 받아 교대의식을 보고 있는 시민들에게 보여주니 박수도 쳐주시고, 시민 수문장을 환영해 주어 기분이 좋았다. 

조선시대 수문장이 입었던 구 군복을 입고, 머리에 전립을 쓰고, 손에는 등채를 들고 교대의식과 순라 행진을 했던 것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 같다. 취라척이 연주하는 경쾌한 행진곡풍 아리랑도 역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렇게 서울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은 시민들과 외국 관광객들에게 서울시의 우수한 역사를 소개하고 즐거운 관광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관광객을 불러 모아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최고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이 더욱 멋진 행사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시민들의 관람과 참여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