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 혼인잔치에 하객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열린 전통혼례 시연 행사 초대장의 첫 인사다. 실제 결혼식 날처럼 한옥마을 입구에서부터 시연 장소인 민씨 가옥으로 가는 길에 세워둔 안내판을 따라 도착한 시민들은 자연스레 하객이 됐다.
이번 시연행사는 남산골 전통혼례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시민들과 함께하는 혼인잔치를 만들기 위해 상·하반기 1회씩 진행되는 이벤트 혼례다. 상반기는 하객 편, 하반기는 신랑신부 편(가제)을 주제로 열리며, 시민들이 하객 또는 신랑신부가 되어보는 색다른 체험이다.
현재 3월부터 10월까지(7~8월 제외) 매주 주말마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남산골 전통혼례는 실제 결혼하는 부부의 예식이라 일반 관람객들의 참관이 제한된다. 이에 그동안 남산골 한옥마을 전통혼례에 궁금증을 가졌던 시민들의 아쉬움을 해소하고, 자연스럽게 전통예식의 절차와 의미를 배울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시연 행사가 기획되었다.
본식 전, 민씨 가옥 사랑채 앞마당에 신랑, 신부 양측 하객들을 위한 방명록이 나란히 놓였다. 친구들과 같이 온 외국인 관광객도 진행 요원의 안내에 따라 자신의 이름을 정성껏 적어본다.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한옥의 안채 마당은 예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하객들로 북적인다.
“오늘 오신 분들 모두 부자 되시라고 흥부 박타는 대목 먼저 준비했습니다.” 안채 오른편 툇마루를 무대 삼아 구수한 우리 가락을 연주하는 축하공연으로 잔치의 흥을 돋운다. “지금부터 오늘 대례에 앞서 전안례를 올리겠습니다.” 전안례는 신랑이 신부의 집에 가서 주혼자에게 기러기를 드리는 의식이다. 사회자의 설명에 따라 사모관대를 차려입은 신랑이 기러기를 든 기럭아범과 함께 화동을 앞세워 안채 마당으로 입장한다.
이어서 신랑이 보낸 기러기를 신부 측에서 정중히 받아들이고, 집사의 인도로 활옷을 곱게 차려입은 신부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와” 하는 하객들의 커다란 탄성으로 안채 마당이 가득 찼다. 신랑과 신부가 맞절하는 의식인 교배례를 올리기 위해 양가 모친이 나와 대례상의 초에 불을 밝힌다. 이후 신랑과 신부가 정중히 큰 절을 함으로써 교배례를 마치고 다음 순서로 넘어간다.
“신랑과 신부가 부부로서 예를 다하겠다고 하늘과 땅에 맹세하는 서천지례가 시작되겠습니다.” 사회자의 설명대로 신랑과 신부가 양가 집사의 도움을 받아 술을 땅에 세 번 나누어 부어 맹세하는 의식을 행한다.
이제 서로 좋은 배우자가 될 것을 서약하는 서배우례를 거치면 마지막 절차인 표주박 잔으로 술을 마시는 근배례다. 이는 신랑과 신부가 따로 태어나고 자랐지만 억겁의 귀한 인연으로 부부가 되어 하나로 합쳐진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집례자의 성혼선언문 낭독과 간단한 축사로 격식을 갖춘 전통 사대부의 혼례 잔치가 모두 끝났다. 40분 가까이 하객으로 참여하게 된 이날의 전통혼례는 기대보다 더 아름답고 깊은 여운을 남겨 바로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어린이를 포함한 다른 하객들 역시 화사한 한복과 생소한 혼인 의식이 마냥 신기했는지 끝까지 보고 돌아가는 모습이다. 사랑채 마당에서는 행사 만족도 조사에 참여한 하객들에게 신랑신부 캐릭터 자석을 증정하기도 했다.
예로부터 혼례를 일생일대의 중대한 의식이자 집안의 가장 큰 잔치라고 생각한 조상들의 지혜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전통혼례에 관심이 있다면 하반기 ‘신랑신부 편’(가제)으로 예정된 이벤트에 참여해볼 것을 추천한다.
남산골한옥마을 전통혼례
○ 일정 : 3월 ~ 11월(7·8월 제외) 토·일요일 11시, 13시, 15시(예식 40분 내외, 폐백 30분)
○ 장소 : 관훈동 민씨가옥 마당
○ 진행비용 : 110만원(부가세 포함), 부가서비스 비용 별도
○ 수용 가능 인원 : 최대 100명(단, 객석은 80석이며 그 외 인원은 입석 참관)
※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수용 가능 인원 상이
○ 문의 : 02-2263-0854(화~토요일| 10시~ 17시) , 남산골 한옥마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