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중심지인 종로구 종각역 근처에 가면 옛 골목길과 집터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역사박물관 분관인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다. 서울 중심부의 수많은 고층 건물들 사이에 자리한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그 존재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공평동 일대에서 문화재 발굴조사가 진행된 결과,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4개의 시대별 문화층에서 108동의 건물지, 500여 년전 조선시대 골목길 등의 유구 그리고 1,000여점의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공평동 유적은 한양도성 내 전모를 간직한 조선시대 생활유적으로서 '조선의 폼페이'라 불리며 유적을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불거졌다.
결국 대도시 도심유적으로서는 최초로 공평동 유적을 전면 보존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매장문화재 전면 보존의 전제와 기준을 마련한 ‘공평동 룰’이 탄생했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에 들어서면 아주 독특한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땅 속에 있던 유구들이 바닥 유리데크 안에 자리 잡은 모습을 보면 발굴조사 현장에 와 있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한눈에 들어오는 형태의 전시관이 아니라서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해설사와 함께 관람하면 더욱 쉽고 알차게 관람할 수 있다. 해설 예약은 서울시 공공예약서비스에서 방문 하루 전까지 가능하다.
공평동 유적은 한양의 행정구역 중 최고의 번화가이자 시전의 중심지인 '견평방(坊)'에 속한다. 견평방에는 왕실 가족의 사가인 궁가와 의금부, 전의감 등 관청도 자리하고 있었다. 따라서 옛 견평방 공평동 유적은 다양한 시설과 계층이 혼재하였던 곳으로서 매우 보존가치가 높은 곳이다.
전시관에서 들어서자마자 '전동 큰 집의 터'를 보게 된다. 공평동 유적에서 발굴된 가장 큰 규모의 건물지이다. 규모가 크다 보니 중인 이상의 가옥이거나 관청의 부속 시설물로 추정하고 있다. 이곳에서 안마당을 둘러싼 기단석과 적심석들을 보며 당시 건물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큰길에서 갈라진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가면 골목길 ㅁ자 집도 볼 수 있다. 골목길 ㅁ자 집은 마당 박석이나 배수로가 잘 남아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골목 가장 안쪽에 위치한 '이문안길 작은 집'은 출토된 유구 위에 기둥과 지붕을 올려 놓아 색다르게 관람할 수 있다. 이곳은 고래둑이 잘 남아 있어서 온돌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으며, 마루와 아궁이 등 주택 바닥 형식이 모두 발굴되어 조선전기 한옥의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 기와집이지만 중인 이상의 집이 아닌 평민의 집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한양은 사신과 같은 중요한 손님이 많이 왔던 중심지였기 때문에 도시 미관을 위해 정부에서 ‘별요’라는 관청을 통해서 서민에게 값싸게 기와를 공급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근대의 유적도 확인할 수 있다. 공평동 유적 중앙부에서 골목길 3곳이 확인되었고, 전동 골목길은 현재 유적전시관의 발굴층 위에서 동일한 위치에 존재한다. 또한 조선후기의 시전 뒷골목 풍경과 견편방에서 공평동으로 변화하는 일제강점기의 거리 모습도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의 전동 골목길에서는 '박길룡 건축사무소'와 '근우회 터'를 볼 수 있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 곳곳에는 미니게임을 할 수 있는 모니터와 석축 쌓기, 기와 올리기 등을 체험하는 공간이 있어 어린이도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 최초로 '공평동 룰'을 만들고 적용하여 도시 유적을 전면보존한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누구든지 꼭 한번 방문해볼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역사를 좋아하거나 한국사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장소이다. 종로에 방문한다면 이곳에 들러 땅속에 잠자고 있던 옛 공평동의 모습을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공평도시유적전시관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26 센트로폴리스빌딩 지하1층
○ 관람시간 : 09:00~18:00(입장마감 : 17:30)
○ 관람료 : 무료
○ 관람해설 예약
○ 해설 시간 : 11:00, 14:00, 16:00 총 3회차 진행
○ 문의 : 02-724-0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