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 세계 공예 작가 30인 작품 한눈에
실용성에 예술적 가치를 더한 ‘공예품’은 회화, 조각, 사진 등과 달리 평소 접하기가 쉽지 않다. ‘실생활과 밀접한 실용적인 물건’이라기보다는 ‘장인(匠人)의 손에서 탄생한 높은 값어치, 또는 가치를 지닌 물건’이라는 인식도 컸다.
그러나 작년, 서울공예박물관의 개관으로 폭넓은 공예작품들을 접할 기회가 생겼고, 덕분에 공예품과의 거리가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처음에는 우아하고 기품 있는 전통 공예품에 매료되었다가 이내 독창적이고 한계 없는 현대 공예 작가들의 무궁무진한 작품의 매력 속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이러한 현대 공예 작품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특별한 전시가 지금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가 바로 그것이다.
로에베 재단(Loewe Foundation)은 스페인에서 4대째 가죽공예 기업을 운영하던 엔리케 로에베 린치(Enrique Loewe Y. Lynch)가 1988년에 설립하여 현재 그의 딸인 쉴라 로에베(Sheila Loewe)가 운영하고 있는 재단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이 기획한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은 ‘장인 정신’을 되살리는 동시에 전통, 혁신, 재료, 창의성 등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을 선정하고 있다. 매년 초 공모하여 최종 결선작가 30인 내외를 선정, 그중 최종 우승자 1인에게 5만 유로 및 상패를 수여한다.
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올해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종 결선작가 30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올해는 쟁쟁한 작품들 속에 첫 한국인 수상자가 나왔다는 점, 국내 작가 7인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가죽, 참나무, 말총…재료도, 모양도 모두 다른 '공예의 멋'
김민욱 작가의 <본능적>은 나무 본연의 속성인 휘어짐과 갈라짐을 작품에 반영하고 있으며, 김준수 작가의 <숲의 감각>은 천연 가죽을 국수가락처럼 가늘게 잘라서 한 줄씩 붙여 가며 그릇 형태로 완성했다. 정다혜 작가의 <성실의 시간>은 이번 로에베 재단 공예상 수상작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말총 공예의 역사성을 담았다.
정명택 작가의 <덤벙주초>는 한옥의 ‘덤벙주초’를 모티브로 스툴을 제작했으며, 정소윤 작가의 <누군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산의 능선에서 받은 영감과 위로를 표현했다. '그릇이 큰 사람'이라는 한국적 비유에서 영감을 받은 정용진 작가의 <거꾸로 된 그릇>, 15세기 조선의 분청사기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작업해 온 허상욱 작가의 <파초가 그려진 화병>도 전시되고 있다.
한국 작가 작품을 비롯해 모든 작품 하나하나가 독창적이고 아름답다. 같은 재료,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었다. 한 작품씩 천천히 살펴보고 싶다가도 호기심 때문에 자꾸만 다음 작품으로 빠르게 시선이 옮겨갔다. 각 작품마다 작가명, 국적, 작품명 등과 같은 최소한의 정보만 표기되어 있지만, 작품 앞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하면 해당 작품 설명 페이지로 연결되어 작품의 의도, 영감의 원천, 제작 과정 등을 볼 수 있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는 7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세계 현대공예 작가들의 감각적인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자. 함께 진행되고 있는 두 개의 기획전시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8/15)와 <이 땅의 풀로 엮는 초경공예>(~8/28)도 함께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2022년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 전시
○ 장소: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4 (안국동 175-112) 서울공예박물관
○ 교통: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50m
○ 기간: 2022년 7월 1일(금)~7월 31일(일)
○ 관람시간: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무료
○ 문의: 02-6450-7000 (서울공예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