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민족정기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종묘 관통도로(현 율곡로)’로 갈라놓았던 창경궁과 종묘가 90년 만에 다시 연결됐다. 1932년 ‘종묘 관통도로’가 개설되면서 창경궁과 종묘가 단절되고 구름다리(관덕교)를 이용해 양쪽을 오가던 일은 이제 역사로 남게 됐다. ☞[관련기사] 일제가 갈라놓은 창경궁-종묘 90년 만에 연결…22일 개방
서울시는 율곡로를 터널로 지하화하고 그 상층부를 녹지화하며 창경궁과 종묘 사이의 '궁궐담장'을 복원하는 등 12년에 걸친 역사 복원 사업을 마치고 7월 22일 일반에 개방했다. 이로써 창덕궁과 창경궁을 거쳐 종묘로 이어지는 북한산의 주맥(主脈)이 온전히 연결되고, 도읍 구성의 기본 배치인 좌묘우사(左廟右社: 도읍을 정할 때 왼쪽에 종묘를 두고 오른쪽에 사직을 둠)를 완벽하게 유지하게 됐다.
이번 사업의 특징은 창경궁과 종묘의 끊겼던 지형을 다시 연결함으로써 훼손됐던 조선 왕조의 전통적 상징성을 회복하는 역사 복원 사업을 마무리했다는 점과, 이에 따라 약 8,000㎡에 달하는 녹지대를 형성하고 503m 길이의 창경궁과 종묘 사이의 궁궐 담장을 복원, 그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340m의 산책로 ‘궁궐담장길’을 조성한 점이다.
담장은 4만 5,000개의 돌을 쌓아 만들었는데 그중 약 20%인 9,000개는 복원 과정에서 출토된 옛 담장의 돌을 사용했다. 동궐(東闕)인 창덕궁이나 창경궁에서 왕이 비공식적으로 종묘를 오가던 북신문(北神門)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복원됐다. 산책로가 있는 녹지대에는 우리나라 고유 수종 760그루를 식재했다.
돈화문에서 원남동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는 폭 3m로 노약자나 장애인 등 보행 약자도 이용하기 편하게 황토 원료의 흙 콘크리트를 깔았다. 원남동사거리 쪽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산책로까지 접근도 용이하다. 다만, 산책로인 궁궐담장길에서 종묘와 창경궁으로의 출입, 창경궁과 종묘 교차 관람은 양쪽의 매표 시스템을 조정하는 동안은 당분간 불가능하다. 궁궐담장길은 여름철 기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이번 사업과 함께 터널로 지하화한 율곡로는 기존 왕복 4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확장했다. 그리고 상·하행 보행로도 폭 220m로 넓게 조성하고 곳곳에 소화기 및 12곳에 비상벨을 설치하는 등 보행자 안전에도 만전을 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