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동은 옛 서울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그대로 묻어 나는 곳이다. 예전부터 이곳 성북동에는 화가, 작가 등 많은 문화 예술인들이 모여 살았는데, 그 덕분에 각종 역사문화유산들이 거리 곳곳마다 이어져 있다.
한낮의 더위가 가실 즈음, 필자는 오랜만에 성북동 골목으로 문화역사 도보 여행을 떠났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로 나오면, 가까운 곳에 꼭 가봐야 할 중요한 문화재 장소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4대 관장을 지내고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유명한 책을 집필한 최순우 선생이 살던 '최순우 옛집'이 바로 그곳이다.
우리나라 첫 번째 시민문화유산인 '최순우 옛집' 입구 전경 ⓒ박우영
▲'최순우 옛집'은 혜곡 최순우 선생이 박물관장을 그만 둔 1976년부터 돌아가시던 해인 1984년까지 살던 집이다. '최순우 옛집'은 1930년대 초 지어진 전형적인 근대 가옥으로 한때 한옥이 양옥화되면서 헐릴 뻔 했지만, 2002년 시민성금으로 지켜낸 시민문화유산 1호이기도 하다.
바로 이곳에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집필했던 만큼 가옥 곳곳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작은 정원을 포함한 아담한 크기의 소박한 공간이지만, 'ㄱ'자형으로 이뤄진 안채를 꼼꼼히 살펴보고 뒷마당까지 둘러보았다. 뒷마당에는 2002년 후원과 성금으로 이곳을 지켜내게 한 후원자들의 이름들이 비석에 새겨져 있다. 지난 2004년 정식으로 일반에 개방된 '최순우 옛집'은 평생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찾고 알리는데 힘써 온 최순우 선생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전시, 음악회, 강연, 문화 체험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도 열리고 있다고 한다.
'최순우 옛집' 관람을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인근에 위치한 ▲'선잠단지'와 ▲'선잠박물관'에 들려본다. ▲'선잠단지'는 조선 성종 때 살찐 고치로 좋은 실을 얻게 해달라고 기원하기 위해 세운 제단이다. ▲'선잠박물관'에서는 다양한 비단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3D 영상으로 '선잠제'가 진행되는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성북동에는 한국의 전통 목가구를 전시한 ▲'한국가구박물관'과 석조유물 2,000여 점을 모아 전시한 석조전문 박물관인 ▲'우리옛돌박물관'도 자리하고 있다. 그야말로 성북동 골목마다 우리의 옛 역사와 문화를 맛볼 수 있는 문화 명소들이 줄지어 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서울 도심 속에서 잠시나마 옛 역사와 문화를 느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마치 동네 전체가 박물관처럼 느껴졌던 성북동 나들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문화역사 도보 여행 코스로 추천해 본다.
'최순우 옛집'으로 들어가는 대문. 열린 문 사이로, 안쪽 풍경이 살짝 보인다. ⓒ박우영
안채 앞쪽으로 소나무, 향나무들이 심겨진 작은 정원이 꾸며져 있다. 한쪽으로 우물도 보인다. ⓒ박우영
안채 툇마루 한쪽에 세워져있는 큰 함지박. 평소에 자주 보지 못하던 물건이어서 눈길을 끈다. ⓒ박우영
'최순우 옛집'을 나와 조금 걷다보니 '선잠단지'가 보인다. ⓒ박우영
'선잠단지'는 조선 성종 때 살찐 고치로 좋은 실을 얻게 해달라고 기원하기 위해 세운 제단이 있던 곳이다. ⓒ박우영
선잠단지 인근에 위치한 '성북선잠박물관' 전경 ⓒ박우영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전경. 한쪽 벽면에는 전시물들이, 반대쪽 벽면은 옛 성북구 돌담길이 떠오르게 조성해 놓았다. ⓒ박우영
2층에 마련된 독서 및 휴게 공간.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성북동 나들이를 한번 되짚어 봐도 좋을 듯하다. ⓒ박우영
최순우 옛집
○ 주소 :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15길 9
○ 관람시간 : 10:00~16:00(12월~3월에는 휴관)
○ 관람요일 : 화요일~토요일 (관람요일 내의 공휴일도 개방, 추석 당일 휴관)
○ 입장료 : 무료
○ 문의 : 02-3675-3401~2
성북선잠박물관
○ 주소 :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 96
○ 관람시간 : 10:00~18:00 (입장은 종료 30분전까지)
○ 관람요일 : 화요일~일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날 휴관)
○ 문의 : 02-744-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