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즘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원래도 걷기를 좋아했지만, 서울형 스마트 헬스케어 프로그램에 참여해 규칙적으로 걷다 보니, 걷기 좋은 계절이 빨리 오기를 더 기다렸다. 서울시내는 산책로나 공원, 한강 주변 등이 잘 조성되어 있고,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건축물 앞에는 설치 작품들이 많이 놓여 있어 마음만 먹으면 자연과 가깝게 호흡하며,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도시를 즐길 수 있다.
특히 9월엔 서울이 더 다채로워진다. 그 키워드는 ‘미술’이다. 9월 1일부터 11일까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미술주간이다. 올해로 8회를 맞는 미술주간은 ‘미술에 빠진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남녀노소,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기간 동안 전국의 미술관, 아트페어 및 비엔날레, 비영리 전시 공간 등 230여 곳에서 무료 혹은 입장료 할인을 받아 전시를 관람할 수 있고, 체험 및 워크숍 프로그램에도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전문 도슨트와 함께 하는 미술여행
지난주 미술주간에서 진행하는 '미술여행'에 참여했다. 전국 7개 권역에서 20여 개의 미술여행이 진행되는데 그 중 8개가 서울에서 진행된다. 지역은 미술관과 화랑이 있는 성수, 소격동, 서촌, 성북동, 을지로로 각 지역마다 테마별로 2~3회의 미술여행이 진행된다. 참가비로 3,000원을 지불하고 압구정 미술여행에 참여해 보았다.
미술여행은 미술주간 인기 프로그램으로, 사전 신청한 시민들이 미술 전문 도슨트를 따라 각 지역 미술관이나 화랑 3~4곳을 방문할 수 있다. 평소 미술에 관심이 있어도 어디를 가야할지 모르거나, 작품 해설을 듣고 싶은데 여의치 않았던 경우에 길잡이가 되어 주는 프로그램이다. 코스는 모두 도보로 이동하며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소요되고, 대부분 무료지만 장소에 따라 할인된 입장료를 부담한다.
오후 2시부터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압구정 미술여행은, 우리나라 대표 미술품 경매장과 화랑, 미술관이 모여 있는 언주로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간단한 본인 확인 후 준비된 명찰, 기념품, 개인용 수신기를 받고, 코리아나미술관의 큐레이터의 해설을 들었다. 코리아나미술관의 '스페이스 C'는 ㈜코리아나 화장품이 설립한 복합문화공간이다. 2004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한국관에서 활동한 정기용 건축가가 이 건물을 설계했다.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 C'
코리아나미술관에선 추상미술 작가 홍수연(1967)의 개인전 <Drawn Elephant : 추상 抽象>을 보았다. 작품 활동 30년이 되는 해에 열린 개인전으로, 회화 및 드로잉 신작 15점과 3차원의 요소들이 더해진 영상 작품 2점을 볼 수 있다.
또한 미술관에서 준비한 종이와 재료들로 나만의 <레이어 카드 만들기> 시간을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시민들이 직접 재구성해볼 수도 있다. 전시는 유료로, 개인전만 볼 경우는 성인 4,000원, 통합권을 구매해서 박물관까지 함께 볼 경우는 6,000원이고, 네이버 사전예약을 하고 가면 관람이 더 편하다.
동시대예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플랫폼엘'
코리아나미술관에서 다음 장소인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까지는 도보로 15분 정도 걸렸다. 태진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엘은 동시대예술가들의 창의적인 작품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아트센터다. 2016년 완공된 이곳은 갤러리와 라이브 홀, 중정의 열린 공간, 렉쳐룸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이용호 작가의 <블랙 마리아_필름의 오작동>을 감상했다. 예술과 기술융합을 보여주며, 인간·공간·기계의 결합을 통해 영화 장치를 독창적인 시각으로 재맥락화한 전시다.
참여자들은 프로젝트터와 스크린 사이의 공간을 걸어 다니며 몽환적인 작품 분위기를 체감하기도 했고, AR기술을 모바일로 연결해 또 다른 작품을 각자의 모바일을 통해 체험해 볼 수도 있었다. 원래 입장료가 있는 전시지만 미술여행을 통해 무료로 감상할 수 있었다.
복합생활문화공간에 자리한 '갤러리로얄'
마지막 장소인 ‘갤러리 로얄’은 안내자가 없인 방문하기 어려운 장소였다. '이런 곳에 미술관이 있다고?'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의외의 장소에 위치하고 있었다. 갤러리 로얄은 목욕 용품을 만드는 ROYAL&CO 산하 복합문화공간인 로얄 라운지에 위치한다. 욕실 중심의 리빙스타일 숍, 디자인 라이브러리, 아트 갤러리가 있다. 국내 최초 욕실을 모티브로 만든 복합생활문화공간인 셈이다.
이곳에선 <DAYLIGHT&MOONLIGHT>가 진행 중이었다. 일러스트 작가 채록(CHEROK), 노마(NOMA) 2인전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주로 SNS상에서 작품을 선보여온 작가들의 원화를 볼 수 있어, 이번 미술여행에서 가장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직관적이라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도 좋고, 무엇보다 일상의 순간을 담고 있어 그림을 보면서 가족을 떠올리는 분도 많았다. 현장에서 작품 구매도 가능했지만, 이미 팔린 작품도 있고 작가 소장용으로 비매인 경우도 있어, 아쉬운 마음은 아트숍에 마련된 굿즈로 달랬다. 전시는 무료이고, 오며가며 보게 되는 욕실용품과 소품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전시는 24일까지 진행되니 방문해 보면 좋겠다.
‘2022 미술주간’은 끝났지만, 걷기 좋은 가을에 가족들과 함께 다양한 전시를 관람하며 문화 나들이를 떠나보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문신 : 우주를 향하여> 전시는 2023년 1월 29일까지 진행되며,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는 <정서영: 오늘 본 것> 전시는 11월 13일까지 열린다. 이 외에도 많은 행사 일정들은 미술주간 홈페이지나 소개책자를 다운로드 받으면 행사 장소와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다.
2022 미술주간
○ 문의 : 02-708-2281, 02-2098-2927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 C'
○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827
○ 전시 제목: 홍수연 개인전
○ 기간 : 2022년 8월 30일~10월 29일
○ 관람시간 : 화-토요일 11:00~18:00(매주 일, 월요일 휴관, 추석연휴 휴관) *오후 6시에 관람이 종료되므로, 통합권 예약 시 5시 이전 회차 예매를 권장
○ 정규 전시해설 프로그램 : 화-토요일 11:30, 14:00, 16:00(1일 3회)
○ 관람 요금: 성인 4,000원, 학생 3,000원 (미술관+박물관 통합권 구매시 : 성인 6,000원, 학생 5,000원)
○ 홈페이지
○ 문의 : 02-547-9177
플랫폼엘
○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33길 11
○ 관람시간 : 화 - 일요일 11:00~20:0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새해 첫날, 설, 추석, 성탄절은 휴관
○ 관람요금: 일반 10,000원, L-FRIEND 로 가입시 20% 할인 혜택이 적용, 청소년 (만 8세~18세) 6,000원, 청소년 또는 우대 할인 혜택은 현장 발권시 적용되며, 본인확인 (신분증/복지카드 등)이 필요
※ 위 금액은 프로그램에 따라 상이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각 프로그램의 상세 페이지를 참고
○ 홈페이지
○ 문의 : 02-6929-4470
갤러리로얄
○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709 로얄빌딩
○ 관람시간: 평일 11:00~19:00, 토요일 11:00~17:00 (일요일, 공휴일 휴무)
○ 홈페이지
○ 문의 : 02-514-12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