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광장 앞에서 영국 왕실근위대 군악대가 연주하는 모습 ⓒ이정민
“예전엔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건데.” “또 언제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겠어.”
지난 일요일이었던 10월 16일, 오후 2시부터 숭례문광장 앞에서는 서울 왕궁수문장의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영국 왕실근위대 군악대의 서울 방문을 맞아 마련된 뜻깊은 행사를 보기 위해 미리 와서 기다리는 시민들이 많았다.
“먼저 영국 왕실근위대의 군악대 연주가 있겠습니다.”
사회자의 소개에 따라 붉은색 군복과 검은색 털모자로 상징되는 영국 왕실근위대의 군악대가 연주를 시작한다. 숭례문광장 앞에서 펼친 약 20여 분 동안의 멋진 연주에 시민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이어서 서울 왕궁수문장의 교대의식과 취타대 연주가 진행되었다. 방금 연주를 마친 영국의 군악대원들이 모두 두 손을 모으고 나란히 서서 관람에 집중한다. 앞서 들은 시민들의 말대로 좀처럼 보기 힘든 이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다들 분주하다.
영국에서 온 50명의 군악대원들이 서울 왕궁수문장의 교대의식과 취타대 연주를 관람했다. ⓒ이정민
다음은 이날 행사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영국 왕실근위대 군악대와 서울 왕궁수문장의 합동 퍼레이드 순서다. 숭례문에서 서울광장까지 약 580m 거리를 100명이 넘는 행렬이 행진했다.
그 뒤를 따르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군악대원들 못지않게 빠르고 힘차다. 어린아이들은 마냥 신났고, 함께하는 어른들은 더 즐거운 표정으로 따라 걷는다.
숭례문에서 서울광장으로 행진하는 영국 왕실근위대 군악대 ⓒ이정민
서울 왕궁수문장 행렬을 뒤따르는 많은 시민들 ⓒ이정민
숭례문에서 출발한 지 거의 15분 만에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마침 책 읽는 서울광장에 모여 있던 시민들도 합동 퍼레이드 행렬을 반갑게 맞이한다. 서울광장 주변 높은 건물들과 건너편 덕수궁을 배경으로 행진해 오는 퍼레이드의 모습에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이 조화를 이룬다.
숭례문에서 출발하여 서울광장에 도착한 영국 왕실근위대 군악대 ⓒ이정민
서울광장 잔디 위에 마련된 무대를 중심으로 영국 왕실근위대 군악대와 서울 왕궁수문장이 양쪽에 자리를 잡고 섰다. 첫 축하 무대인 고양예고 학생들의 힘찬 모둠 북 퍼포먼스에 시민들이 박수로 응원했다.
“다음은 우리 민족의 기세와 흥을 보여주는 공연으로 유명한 국방부의 전통의장대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초록빛 잔디 위에서 선보인 박진감 넘치는 우리 군인들의 전통무예 시범 역시 큰 호응을 얻었다.
서울광장 잔디 위에 마련된 무대에서 고양예고 학생들이 모둠 북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정민
초록빛 잔디 위에서 선보인 박진감 넘치는 우리 군인들의 전통무예 시범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정민
행사의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 가는 가운데 사회자가 마지막 공연을 소개한다.
“오늘 여러분이 만나는 영국 왕실근위대 군악대 '스코츠 가드'는 약 38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최소 3개의 악기를 다룰 수 있어야 소속 가능하며, 따라서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의 폭이 굉장히 넓다고 합니다.”
마지막 공연으로 선보인 영국 왕실근위대 군악대의 멋진 연주 ⓒ이정민
20분 넘게 계속된 교대의식과 군악대 연주를 본 시민들은 환호했다. 스코틀랜드 전통악기로 잘 알려진 백파이프의 아름다운 연주도 크게 한몫했다.
영국 왕실근위대 군악대가 연주하는 <아리랑>이 서울광장에 울려 퍼지자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들린다. 군악대의 K팝 연주에 맞춰 춤추는 댄스 팀의 에너지 넘치는 공연으로 행사는 막을 내렸다.
행사는 군악대의 K팝 연주에 맞춰 춤추는 댄스 팀의 에너지 넘치는 공연으로 끝이 났다. ⓒ이정민
공연이 끝난 서울광장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시민들 ⓒ이정민
행사 중반부까지 흐렸던 하늘에 어느새 하얀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시민들은 각자 자리를 정리하고 떠난다. 맨 앞줄에 앉아서 관람을 마쳤다는 한 시민은 “대박이야 대박. 나는 우리 군인들이 하는 칼싸움이 제일 멋있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아리랑 나올 때 나도 같이 불러줬어요.” 라는 소감을 밝혔다.
영국 왕실근위대 군악대와 함께한 특별행사는 끝이 났지만, 서울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은 매일 두 차례(오전 11시, 오후 2시)에 걸쳐 덕수궁 대한문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