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성북동 골목에 있는 작은 한옥, 최순우 옛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로 유명한 혜곡 최순우 선생이 1976년부터 돌아가신 1984년까지 사셨던 집이다. 이곳은 다른 가옥들과 달리 특별한 점이 있다. 2002년 자발적인 시민들의 후원과 기증으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보존하는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운동을 통해 보존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산업혁명을 통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영국에서 1895년 시작됐다. 당시 영국은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환경 파괴, 그리고 자연과 문화유산의 독점적 소유에 의한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적인 장소를 보전하기 위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렇게 확보한 자연과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개인이나 국가의 소유가 아닌 시민의 유산으로 사회적 소유가 실현되면서, 영원한 보전이 가능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재단법인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이 발족하면서, 최초의 내셔널트러스트 시민문화유산 1호로 ‘최순우 옛집’을 일반에 개방하였다. 최순우 선생의 친필 원고와 수집 엽서, 수신 연하장, 서화, 서적 등을 소장하여 해마다 특별 전시와 시민참여형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6년에는 서울시 제29호 혜곡최순우기념관으로 등록했다.
혜곡최순우기념관은 1930년대 초 지어진 근대 한옥으로 한국 문화재에 대한 깊은 애정과 뛰어난 안목으로 그 아름다움을 찾고 보존하는 데 일생을 바쳤던 혜곡 최순우 선생의 안목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ㄱ’자 형 안채는 사랑방, 안방, 대청마루, 건넌방 구조다. 밀화빛 장판, 정갈한 목가구와 민예품들로 방치례를 하고, 마당에는 소나무, 산사나무, 모란, 수련 등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와 꽃을 가꾸었다. 사랑방 문 위에는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 현판이 걸려 있다. ‘문을 닫으면 이곳이 바로 깊은 산중이다’라는 뜻으로 이사 오던 해 최순우 선생이 직접 쓴 글귀라고 한다.
혜곡 최순우 선생은 국립중앙박물관 제4대 관장이자 미술사학자로 평생 박물관인으로 살며 박물관 전시, 유물 수집과 보존 처리, 조사·연구는 물론 교육, 홍보, 박물관 외곽 단체의 활성화, 인재 양성 등에도 노력과 애정을 기울였다. 1950년대 말부터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 열린 순회 전시를 맡아 우리나라 문화를 알렸다. 선생이 쓴 우리 문화에 대한 글 600여 편은 돌아가신 뒤 ‘최순우 전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로 엮여 출판되었다.
재단법인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은 계속해서 역사인물가옥을 발굴해 보존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 첫 번째 사례인 혜곡최순우기념관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2006년에는 조각가 권진규(1922~1973)가 짓고 생활하며 작품을 만든 아틀리에를 유족에게 기증 받았다. 또, 전남 나주 도래마을 옛집도 기금 모금으로 매입해 관리하고 있다. 시민의 힘으로 보존한 문화유산으로, 시민이 함께 가꾸고 누리고 미래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 영구히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최순우 옛집 '혜곡최순우기념관'
○ 주소 :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15길 9
○ 문의 : 02-3675-34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