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개통하여 현재까지 5만 명 이상이 걸은 특별한 길이 있다. 총 156.5km 거리의 '서울둘레길'이다.
서울둘레길은 도시 전체를 감싸는 총 8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도시둘레길로 꼽힌다. 각 코스별로 서울의 역사, 문화, 자연생태를 담고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서울을 오롯이 느껴 볼 수 있다. 거리 곳곳, 숲과 동네가 단풍으로 물드는 이 가을, 서울둘레길을 걸으며 어느 때보다 고운 풍경도 만나 볼 수 있다.
지난 10월 마지막 주말, 서울 구파발역에는 서울둘레길을 함께 걷고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서울둘레길 초행자들을 대상으로 숲해설 전문가의 해설을 곁들이는 트레킹 행사 ‘서울둘레길코스가이드’에 약 50명이 함께한 것이다. 필자도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신청하여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날 함께 걸은 서울둘레길은 7코스 구간으로, 봉산· 앵봉산 코스 구간이다. 두 산 모두 해발 200여 미터의 그리 높지 않은 산들이기는 하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특성으로, 나름 '서울둘레길의 에베레스트 코스'로 불리기도 한다. 계단이 많아 난이도는 중급에 속한다.
몸풀기 체조를 시작으로 구파발역을 출발해 이 날의 목적지인 증산체육공원까지 서울둘레길을 함께 걸었다.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1시까지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무려 4시간이 소요되는 긴 레이스였다.
이 날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필자처럼 서울둘레길을 처음 걷는 분도 많았고, 이미 서울둘레길을 몇 번이나 완주한 달인 같은 분도 있었다. 혼자 참여한 분도 있었고, 동료, 부부, 연인과 함께하며 도란도란 담소와 추억을 만들어 가는 참가자들도 많았다.
특히 부산에 살다가 몇 년 전 서울시민이 됐다는 78세 어르신은 낯선 서울에 올라와 서울둘레길을 걸으며 서울을 익혔다는 후일담을 들려주었다. 참여하게 된 사연은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서울둘레길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 그리고 걷는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할 때마다 내뱉는 감탄사는 같았다.
서울둘레길 7코스 구간은 탁월한 전망을 자랑하는 포인트가 두 곳이나 되어 '전망 천국'으로도 불린다. 앵봉산(235.1m) 정상 부근에서는 서오릉 방향이 한눈에 담기는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정상을 지나 편백숲에 자리한 전망대에서는 북한산을 비롯한 주변 산들을 파노라마를 바라볼 수 있다.
서울둘레길 스탬프 인증은 걷기의 즐거움에 감초 같은 역할을 해 준다. 스탬프북에 구간별 자리한 도장을 찍어 인증해도 되고, 트랭글 앱을 통한 인증으로도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완주하면 인증서와 소정의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
156.5km의 서울둘레길을 모두 걷는 데는 약 63시간 45분이 걸린다고 한다. 서울둘레길 홈페이지에는 완주증 발급 인원수도 소개돼 있는데, 11월 3일 현재 완주자는 5만 8,439명이나 된다. 모든 코스 완주가 부담된다면 서울둘레길 1~8코스 중 3개의 코스를 완주하고 인증해도 소정의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올해는 서울둘레길에서 달빛트레킹, 플로깅, 코스가이드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행사들은 서울둘레길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찾아보고 신청할 수 있다.
이미 누구나 공감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 '걷기'의 효과. 서울의 곳곳을 속속들이 찾아 다니며 걷는 재미를 누려 볼 수 있는 서울둘레길이 이 가을,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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