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예술작품과 자연 속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최근 개방한 송현동 부지 역시 주변 박물관, 미술관과 어우러지며 도심 속 휴식 공간이 되고 있고, 광화문이나 종로, 대학로, 마포, 서초, 송파 등도 예술향유와 자연 속 휴식이 한 곳에서 가능한 지역이다.
기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서울 소재 문화예술기관들을 찾으며 자체 ‘문화의 날’을 보내는데, 이날엔 그동안 보고 싶었던 공연, 전시, 산책을 하루에 다 할 수 있도록 이동 동선을 짠다. 전시와 산책까지는 도보 거리 내에서 대부분 가능하지만, 공연을 보려면 늘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기에 불편함이 있었고, 그런 이유로 늘 이 모든 것이 도보 10분 내외 거리에 연결되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얼마 전 이 바람이 이뤄졌다. 바로 '마곡'에서 말이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 설계 'LG아트센터 서울', 마곡에 개관!
기자에게 마곡은 서울식물원으로 익숙한 곳이다. 식물원 자체 설비나 환경이 좋아 계절마다 한 번씩은 꼭 간다. 기자의 집에서 이곳까진 한 시간 반 정도를 가야하기에, 먼 거리를 이동한 만큼 식물원 외에 근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늘 찾아보곤 했다. 그러다 마곡나루역 앞에 LG아트센터가 이전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최근 공사를 마치고 개관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기에 찾아갔다.
2000년 3월에 강남구 역삼동에 개관한 LG아트센터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서초동 예술의전당과 함께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동시대 예술작품을 무대에 올려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22년간의 역삼동 시대를 마치고 강서구 마곡, 서울식물원 권역 내에 확장된 공간으로 시민들을 찾아왔다.
개관과 함께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건 바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Ando Tadao, 1941~)의 설계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1995년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등을 수상한 그는, 유리와 노출콘크리트를 이용해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존재감이 강한 작품들을 남겼다. 물의 교회, 빛의 교회, 나오시마 현대미술관이 대표작으로 국내에는 뮤지엄 산, 본태박물관 등을 설계했고, 공연장으로는 혜화동 재능문화센터(JCC)에 이어 국내 두 번째다.
‘셀프 오디오 투어’로 돌아보는 공연장
세계적인 건축가의 설계로 지은 공연장인 만큼, 이곳에선 공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셀프 오디오 투어'를 제공한다.
기자가 공연장을 찾은 날이 평일이었음에도 건축물 투어를 온 학생 단체 및 개인들이 꽤 많이 보였다. “로비와 아트리움, 통로 등이 각각 눈에 띄는 특징을 갖게 해 이 곳 밖에 없는 공연장을 만들고 싶었다”는 건축가의 기획이 적용된 공연장은 8개의 투어 장소를 자율적으로 돌아볼 수 있도록 '셀프 오디오 투어'를 제공하는데, 이를 위한 안내지와 QR코드 등을 건축물 곳곳에 마련해 두어 이용하기 어렵지 않았다. 기자도 안내지를 들고 건축물을 한 바퀴 둘러 봤는데 동선이 편하고 편의시설도 잘 갖추고 있어 공연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쉬어가기에 좋았다.
오디오 투어 중 놓치지 말아야 할 장소 3곳
건물 내 외부 색을 입히지 않은 콘크리트에 시간대별로 들어오는 햇빛이 그려내는 이미지도 환상적이지만, 꼭 놓치지 말아야 할 셀프 투어 장소는 '튜브(TUBE)', '스텝 아트리움(STEP ATRIUM)', '게이트 아크(Gate ARC)' 등 세 곳이다.
LG아트센터 서울의 시그니처 공간이자 건물을 관통하는 80m 길이의 터널인 '튜브'는 건물을 관통하고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남녀노소 주저 없이 인증샷을 남기게 하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높은 천고에 타원형으로 15도 정도 기울어진 이 공간은 그냥 걷기만 해도 무중력 상태에서 걷는 듯한 착각이 들고, 여기에 촘촘히 단 루버(알루미늄을 구부린 막대)와 그 위에 나무를 얇게 깎은 무늬목 합판을 덧붙여 연출된 따뜻한 분위기, 그리고 이곳에서 영감을 받아 LG아트센터와 센베리 퍼퓸 하우스가 공동개발한 ‘향기 136’까지 더해져 남북 통로를 자꾸 오가게 만든다. 튜브의 남쪽 위쪽을 보면 브릿지가 보이는데, 이곳에선 영국의 콜렉티브 아티스트 그룹 스튜디오 스와인의 설치 작품 <포그캐논>도 만나게 된다.
'스텝 아트리움'은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인도하는 100m의 산책길이다. 지하철 마곡나루역과 연결된 통로로 들어오면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3층으로 이동하며 체험해볼 수 있다.
24m의 천고가 주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이곳엔, 네덜란드 콜렉티브 아티스트 트리프트의 키네틱 아트 설치 작품 <메도우(Meadow)>가 설치되어 있다. 이 작품에는 LG상록재단의 화담숲에서 자라고 있는 토종꽃 일곱 종의 색상이 담겨 있다.
'게이트 아크'는 안도 다다오 건축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크리트의 웅장함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길이 70m, 높이 20m의 초대형 벽면체로, 각도를 달리하면서 보는 게 가장 좋다. 무거운 건축 소재로 지어졌지만, 꽤 리듬감 있게 느껴지는 공간이고, 시간대에 따른 햇볕의 유입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로비로 사용되고 있는 1층 공간이라 사람들이 많은 시간대보다는 한적한 시간에 가서 둘러보기를 권한다.
이밖에도 북측 입구에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작품
아트라운지에서 만나는 건축 스케치와 모형
건축 투어를 마친 후에는 아트라운지로 이동해 LG아트센터 서울의 설계 과정과 안도 다다오의 대표작을 살펴보자. 규모가 크진 않지만, 사진과 모형을 통해 안도 다다오의 대표 작품들과 한눈에 보지 못했던 LG아트센터의 전체 규모와 구성을 자세히 볼 수 있어 좋다. 건축물을 돌아봤을 때 눈에 잘 띄지 않던 부분들이 이곳을 보고 나니 명확해져, 먼저 이곳을 방문한 후에 건축 투어를 하면 구조 이해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자는 건축물 투어를 끝낸 후에 영국의 이머시브 씨어터 그룹 다크필드(DARKFIELD)의 3부작에도 참여했는데, 현재 이곳에선 12월 18일까지 개관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 중이니, 자세한 내용은 LG아트센터 누리집(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기 바란다.
예술나눔 공간 '스페이스K'와 '서울식물원'이 도보 5~10분 거리에
공연장과 도보 10분 거리엔 2020년에 개장한 코오롱의 문화예술나눔 공간인 '스페이스K'가 있다. 예술 애호가들에게는 잘 알려진 공간이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다. 마곡지구는 연구, 업무 및 상업 시설이 주를 이루는 곳으로 주변에서 미술전시를 관람하긴 어려운데, 한다리 문화공원 안에 위치한 '스페이스K'가 그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현재 추상화가 제여란의
서울식물원도 도보 거리 내에 있다. 11월부터 2월은 동절기 운영이라 온실 및 주제정원은 9시 30분 부터 17시(16시 매표 마감)에만 이용 가능하다. 더 추워지기 전에 산책을 즐기러 온 시민들도 많았는데,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은 상시 무료 개방이니, 붐비지 않고 조용한 산책길을 걸으며 예쁜 노을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건 어떨까 한다.
LG아트센터 서울
○ 주소 :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로 136 LG아트센터 서울
○ 문의 : 1661-0017
스페이스K 서울
○ 주소 :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32
○ 관람일시 : 화~일요일 10:00~18:00
○ 관람요금 : 성인(20세 이상) 8,000원, 청소년(8세 ~19세) 5,000원
○ 문의 : 02-3665-8918
서울식물원
○ 주소 :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로 161 서울식물원
○ 운영일시 : 동절기(11~2월) 09:30~17:00(16:00 온실 및 주제원 매표 마감), 매주 월요일 휴관, 기타 휴관일은 서울식물원 누리집 공지 참조
○ 이용요금 : 대인(만19세~만64세) 5,000원, 청소년(만13세~만18세) 3, 000원, 소인(만6세~만12세) 2,000원
※ 입장료 적용 구간 : 온실 및 주제정원(열린숲, 호수원, 습지원은 상시 무료 개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