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공간을 만듭니다. 창의적인 공간에서 좀 더 유연한 생각이 펼쳐집니다. 앞
으로 둘째, 넷째 금요일에 ‘아빠건축가의 다음세대 공간 탐험’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연재를 맡
은 지정우 건축가는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청소년 도서관 공간인 ‘우주로 1216’으로 대통령상
을 수상하는 등 다양한 국내외 건축상을 받았습니다. 칼럼을 통해 지난 25년간 한국과 미국에서 건축설
계와 건축교육, 특히 어린이 건축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세대의 건축과 공간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들
을 이야기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빠건축가의 다음세대 공간 탐험 (1) 지역 맛집과 놀이풍경
얼마 전 가족들과 미국 필라델피아에 갈 일이 있었다. 점심 무렵 무엇을 먹을까 아이에게 물어보니 이곳
에 왔으니 정통 ‘필리치즈스테이크’를 먹고 싶다는 것이다. 제일 처음 우리가 한 일은 핸드폰에서 구글
맵을 켰다. 그리고는 인근에서 필리치즈스테이크를 파는 곳을 검색했다.
그러다 ‘Pat’s King of Steak’라는 곳이 가장 유명하고 원조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도 큼지막한 대로변이나 상가가 즐비한 거리도 아니고 주택가 뒷골목을 지나더니 평일 낮시간에
긴 줄이 서 있는 그 레스토랑은 치즈스테이크를 바로바로 구워 서브를 만들어 내어주는 주방의 긴 창문
과 창구 하나를 가진 작은 건물과 비를 맞지 않게 보도를 덮고 있는 캐노피, 그리고 야외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소박한 구성이었다.
그러나 그곳을 찾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대에 찬 모습들이고 주변에 서서, 걸터 앉아서 먹으며 저마다
이야기가 가득했다.
우리의 일상에서 스마트폰을 쓰면서 가장 많이 찾아보는 것이 아마 ‘지도’ 관련 앱일 것이다. 여러 생활
의 장소와 그곳까지의 경로 뿐 아니라 그 장소를 경험한 사람들의 평가를 보게 된다.
사람마다 찾는 종류에 따라서 달라지긴 하겠지만 국내의 지도 앱에서도 보통은 ‘음식점’과 ‘카페’가 가장
먼저 뜬다. 미국의 구글맵에서도 ‘home(집)’과 ‘work(직장)’ 다음에 ‘restaurant’가 가장 앞에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장소를 선호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도 앱에서도 ‘어디에서나 흔한’ 프랜차이즈
장소를 찾기 보다 그 지역에만 있는 맛집, 로컬 역사나 이야기를 간직한 카페를 찾는 경우가 많다.
그 지역에만 있는 맛집이나 카페는 다른 장소에선 흉내내기 어려운 맛, 분위기가 있다. 지역에만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곳을 찾을 수 있는 식당과 카페들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정도로 우리 취향은 성
숙되어 있다. 그리고 그곳을 찾는 각자는 자신만의 기억과 이야기를 그 장소 안팎의 분위기와 함께 간직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