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찬란한 기록문화유산인 외규장각 의궤. 그 진면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가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라는 이름의 이번 전시는 2022년 11월 1
일부터 2023년 3월 19일까지 진행되며, 특히 2월 1일부터 2월 10일까지 10일간은 무료입장 기간이라 놓
치기 아까운 기회이다.
의궤는 ‘의식의 궤범’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에 국가나 왕실의 중요한 행사, 의식이 끝난 후 그 준비와 진
행 과정, 의례 절차 및 내용, 참가 인원, 소요 경비 등의 전체 과정을 상세하게 정리해 책으로 엮은 기록물이
다. 의궤는 한번에 3부에서 9부 정도를 만들었는데, 왕에게 올린 것을 어람용, 관련 업무를 맡은 관청 등에
보내는 걸 분상용이라 한다.
외규장각은 정조 때 강화도 행궁에 설치돼 왕실의 주요 물품과 도서를 보관하던 곳이었다. 외규장각에 보관
된 의궤는 대부분 어람용 의궤였는데,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를 침략한 프랑스군이 외규장각에 있던 의
궤를 약탈해 갔다.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2011년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마침내 외규장각 의궤 297권은 우리
에게 돌아오게 된 것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평일이었음에도 많은 시민들이 전시장을 메우고 있어 높은 관심을 체감할 수 있었다. 부모
님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도 많았다. 전시는 외규장각 의궤 소개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람용과 분상용을 비교하
는 코너에서는 왕이 친히 열람하는 어람용 의궤의 기품과 고급스러움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이어서 왕릉을 옮기는 과정을 기록한 의궤, 궁궐 건축을 다룬 의궤, 효종의 장례 행렬을 그린 반차도, 승하한 왕
과 왕비의 관을 수호하는 사수도, 왕세자 책봉 의례를 담은 의궤, 순조의 혼례 과정을 기록한 의궤, 영조가 직접
농사 시범을 보인 친경의례를 담은 의궤 등 다양한 의식과 행사를 다룬 의궤가 전시돼 있다.
마지막 전시 코너에서는 순조가 할머니 혜경궁을 위해 개최한 왕실 잔치를 해당 의궤에 근거해 3D 영상으로 재
구성, 상영하고 있다. 그 장엄함과 흥겨움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의궤 뿐만 아니라
의궤에서 서술되거나 묘사된 공예품 등의 유물과 관련 지도, 재현 복식 및 악기 등도 함께 볼 수 있어 조선시대의
문화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좌) 어람용 의궤 / (우) 분상용 의궤. 어람용은 초록색 비단 표지와 놋쇠 장식이 돋보인다. 분상용은
튼튼한 삼베로 표지를 만들고 장식은 생략하여 실용적이다. ⓒ이정규
표지와 내지를 묶을 때 쓰는 금속인 변철에 화려한 보배무늬를 넣어서 영화로움을 더한 어람용 의궤
도 있다. ⓒ이정규
어람용 의궤의 내지. 닥나무로 만든 두껍고 매끈한 고급 종이 위에 화원이 붉은 안료로 직접 줄을 긋
고 글을 잘 쓰는 전문 관원을 선발해 해서체로 정성껏 글을 썼다. ⓒ이정규
분상용 의궤의 내지. 닥나무로 만든 일반 종이를 사용하고 줄을 새긴 나무틀에 검은 묵을 발라 찍은
후 글쓰기 담당 관원이 일반 글씨체로 썼다. ⓒ이정규
마치 실제 그 당시의 외규장각처럼 수백 권의 의궤가 서가에 진열되어 있다. ⓒ이정규
숙종의 후궁인 희빈 장씨, 다시 말해 장희빈을 왕비로 책봉한 과정을 기록한 의궤. ⓒ이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