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란 단어는 친절하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이용 가능한 공공 와이파이부터 광장이나 공원까지
공공이 들어간 모든 곳에는 편안한 자유가 느껴진다. 이는 대중들을 위한 미술을 뜻하는 '공공미술'도 마찬
가지다. 갈수록 다양한 모습으로 그 형태를 구체화하고 있다. 쉽게 연상되는 동네 벽화나 지하철 보행 통로
의 갤러리는 이제 흔한 풍경으로 일상에 스며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공공미술은 언제부터 활성화 됐을까? 지자체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2
000년 후반부터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활발히 전개됐다고 한다.
공공미술 작품들로 재탄생한 서울역의 ‘도킹 서울’은 지난 2022년 10월에 문을 열었다. ⓒ박은영
서울시는 2006년부터 다양한 방식의 공공미술을 기획해 시민 곁의 공공미술을 실현하고자 다채로운 작
품을 공모하고 제작을 진행해왔다. 서울시의 공공미술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도심의 구석구석을
공공미술로 채우고 있기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후미진 골목이나 고가 하부, 지하철 통행로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이렇듯 버려진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바로 ‘서울은 미술관’이라는 사업을 통해 진행된다. 기자는 지난해 10월, 노후된 공간이 색
다른 전시관으로 탈바꿈한 서울역의 ‘도킹 서울’을 찾았다.
‘도킹 서울’은 옛 서울역의 폐쇄된 주차 램프가 공공미술 전시관으로 조성된 곳이다. ⓒ박은영
‘도킹 서울’은 옛 서울역의 폐쇄된 주차 램프, 즉 주차장을 연결하는 통로를 공공미술 전시관으로 만
든 곳이다. 지하철 1호선 서울역 1번 출구로 나와 롯데마트 안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야외주차
장에서 내리면 도킹 서울의 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서울로7017을 통해서도 도킹 서울을 갈 수 있지
만, 자칫 먼 길을 걸어야 하므로 좀 더 빠른 길을 선택했다.
롯데마트의 4층 주차장으로 나오니 주황색 바탕의 ‘서울역옥상정원’이라는 안내표시가 보인다. 세월
은 흘러 역 근처를 지나가던 고가도로는 공중보행로인 서울로7017이 되고, 주차장만 있던 옥상은 정원
으로 달라졌다. 옥상정원에서 보이는 회색 건물이 바로 옛 서울역사 옥상 주차장과 연결된 주차램프, 도
킹 서울이다.
도킹 서울에는 ‘이동하는 일상’, ‘푸른 태양 무대’, ‘생명하는 우주’라는 3가지 테마 아래 예술가, 과학자,
시민이 협력한 공공미술 작품 7점이 전시되고 있다. 관람 순서를 따라 램프 하행 방향으로 걸어 내려갔다.
‘이동하는 일상’, ‘푸른 태양 무대’, ‘생명하는 우주’라는 3가지 테마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박은영
배의 조타 핸들처럼 생긴 차동훈 작가의 작품 '관측지점'은 보는 위치에 따라 그림이 달라진다. ⓒ박은영
첫 번째 작품인 양정욱 작가의 '그는 둥글게 집을 돌아갔다'를 가장 먼저 구경했다. 작게 소리를 내는 나
무 블라인드 조각들이 천장에 매달린 채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다.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천장으로 시선
을 돌리면 볼 수 있는 작품은 조금씩 천천히 돌아가며 소리를 만드는 모양이 신기했다.
이어 배의 조타 핸들처럼 생긴 차동훈 작가의 작품 '관측지점'이 눈에 들어온다. 보는 위치에 따라 그림이
달라져 사람들은 작품 앞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현재 몇 층에 있는지 파
악되지 않는 방향감 상실에 매료돼, 내가 서 있는 위치, 내가 가고 있는 방향 등이 흐트러진 상황 속 '나'라
는 존재가 어디에 있는지, 그것이 과연 어떻게 측정 되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기 위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소용돌이 모양의 나선형 구조로, 그 규모가 웅장한 느낌이 드는 정소연 작가 작품 '깊은표면' ⓒ박은영
LED가 다양한 컬러의 빛을 뿜어내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팀코워크 작품 '푸른별' ⓒ박은영
도킹 서울을 따라 걷다 보면 보라색 소용돌이 모양의 나선형 구조의 설치 미술 작품도 볼 수 있다. 도
킹 서울 공간의 중앙 부문에 자리해 있는 정소영 작가의 작품 ‘깊은 표면’이다. 아연 강판과 기둥으로 만
든 푸른색의 조각 작품으로, 소용돌이 모양의 나선형 구조를 형상화 했는데, 그 규모 덕분에 웅장한 느
낌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