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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궁궐담장길'로 다시 연결된 창경궁과 종묘

  • 등록일 2022-08-04
  • 작성자 관리자

택시를 타고 급히 대학로에 갈 일이 있었다. 광화문 근처에서 택시를 잡았기에, 택시는 창덕궁을 지나 창경궁을 거쳐 혜화로 향했다. 안국역에서 율곡로를 따라가는 길, 택시 기사는 창덕궁 앞에서 왜 여기가 원서동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하자 기사가 설명해 주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만들었잖아요. 엄연한 조선의 궁궐인데 그걸 동물원과 유원지로 만들었어요. 그 창경원의 ‘원’을 따서 창경원 서쪽이라는 의미로 '원서동'이라고 했고, 여기 터널을 지나면 원남동사거리가 나오는데 '원남동'은 창경원 남쪽이라는 뜻이에요.”

궁궐담장길에서 보이는 창경궁 ?조송연
궁궐담장길에서 보이는 창경궁 조송연

택시 기사는 율곡로에 얽힌 이야기도 알려주었다. 역시 일제 강점기 때 일제가 흥인지문과 창경궁, 종묘를 관통하여 도로를 냈고, 연결돼 있던 창경궁과 종묘 사이에 길이 놓이면서 갈라졌다고 했다.


조선총독부 기록을 보면 돈암동 일대에 주거지를 개발한 일본이 창경궁과 종묘 사이의 지맥을 끊고 ‘종묘관통도로’를 만들었는데, 이 도로가 현재의 율곡로다. 일제에 의해 맥이 끊겼던 창경궁과 종묘. 서울시는 이를 복원하기 위해 2011년 5월,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을 시작했다.

율곡로 전경. 아래는 지하차도, 위에는 궁궐담장길을 조성했다. ?조송연
율곡로 전경. 아래는 지하차도, 위에는 궁궐담장길을 조성했다. 조송연

이번 복원사업은 11년 만에 완성된 것으로, 창경궁과 종묘에 각각 담장을 만들었고, 담장 사이에 시민들이 걸을 수 있는 ‘궁궐담장길’을 조성했다. 아래로는 교통 기능을 수행하는 지하차도를 만들었고, 위로는 걸을 수 있도록 보도를 놓았다. ☞ [관련 기사] 일제가 갈라놓은 창경궁-종묘 90년 만에 연결…22일 개방

창덕궁 돈화문 방향에서는 계단으로, 원남동사거리 방향에서는 엘리베이터로 오를 수 있다. ?조송연
창덕궁 돈화문 방향에서는 계단으로, 원남동사거리 방향에서는 엘리베이터로 오를 수 있다. ⓒ조송연

궁궐담장길은 문화재청과의 협의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된다. 종묘와 창경궁이 모두 문화재로, 문화재 개방 시간에 따라 협의한 것이다.


또한 궁궐담장길에서 창경궁과 종묘로 진입할 수는 없다. 추후 문화재청과 협의를 통해 종묘와 창경궁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궐담장길은 현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개방된다. ?조송연
궁궐담장길은 현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개방된다. 조송연

궁궐담장길로 천천히 걸어올랐다. 기자는 창덕궁 돈화문에서 출발해 계단을 타고 올랐는데, 반대 원남동사거리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은 엘리베이터가 있어 교통약자도 쉽게 올라갈 수 있다.

걷기 좋게 잘 조성된 궁궐담장길 ?조송연
걷기 좋게 잘 조성된 궁궐담장길 조송연

창경궁 담장에는 보이지 않지만, 맞은편 복원된 종묘 담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히 누런 색깔의 조금은 오래된 돌들이 보인다. 서울시는 복원 과정에서 약 4만 5천 개의 돌을 사용했는데, 좀 더 진한 돌은 복원 과정에서 출토된 옛 담장의 석재라고 한다. 해당 석재는 9천 개 정도가 쓰였다.


특히 복원 과정에서 발견한 새김돌을 담장 아래에 새겨 놓아 복원의 진정한 의미를 더했다. 새김돌은 조선 시대의 규례에 따라 간지를 새겨서 개축연도를 표시한 것이라고 하는데, 간지를 통해 몇 년도에 수리가 진행됐는지 알 수 있어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복원 과정에서 발견된 새김돌 ?조송연
복원 과정에서 발견된 새김돌 조송연

궁궐담장길 가운데 지점에는 복원된 북신문이 보인다. 북신문은 조선 시대 왕이 비공식적 행사로 창경궁과 종묘를 오갈 때 이용한 문이다.


북신문의 가운데에는 신(神)이라는 한자가 사용됐는데, 신(神)은 북쪽에 난 문을 통해서 들어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종묘는 북신문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하며, 이러한 역사적 가치가 담긴 북신문도 복원되었다.

왕이 비공식적 행사로 창경궁과 종묘를 오갈 때 이용한 북신문도 복원되었다. ?조송연
왕이 비공식적 행사로 창경궁과 종묘를 오갈 때 이용한 북신문도 복원되었다. 조송연

다만, 조선 시대 왕처럼 북신문을 통해 종묘로 들어갈 수는 없다. 종묘는 창경궁이나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처럼 예약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궁궐과는 달리 사전예약을 통해 한정된 인원만 방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현재로서는 북신문의 모습만 마주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북신문 인근에는 돌덩이들이 보인다. 이 돌덩이들은 2011년 발굴조사에서 발견된, 북신문 서쪽 담장의 기초로 추정되는 길이 약 27m의 지대석이다. 역사적으로 상당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안내판과 함께 지대석들을 전시하고 있다.

북신문 서쪽 담장의 기초로 추정되는 길이 약 27m의 지대석 ?조송연
북신문 서쪽 담장의 기초로 추정되는 길이 약 27m의 지대석 조송연

무더운 날씨에 상당히 더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궁궐담장길 340m 산책로에 참나무, 소나무, 국수나무 등 우리나라 고유 수종 760 그루를 심어 놓아 더위를 최소화했다. 나무들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담장길을 걷고 있자니 실제 궁궐의 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궁궐담장길에 심은 나무들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조송연
궁궐담장길에 심은 나무들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조송연

90년 만에 연결된 창경궁과 종묘. 600년 서울의 모습을 복원한 것에 큰 의미가 있음과 동시에, 그동안 율곡로로 단절됐던 기(氣)를 다시 이어 놓은 느낌이다. 지금도 좋지만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통해 창경궁과 종묘에서도 바로 궁궐담장길로 들어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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