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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추석, 시인의 따뜻한 시 한편이 여러분의 안방으로 찾아갑니다.
이번 편은 신달자 시인의 작품 '국물'과 함께합니다.
남산골 한옥마을을 배경으로 신달자 시인이 직접 낭송하는 시 한편 감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국물 (신달자)
메루치와 다시마와 무와
양파를 달인 국물로 국수를 만듭니다.
바다의 쓰라린 소식과
들판의 뼈저린 대결이 서로 몸 섞으며
사람의 혀를 간질이는 맛을 내고 있습니다
바다는 흐르기만 해서 다리가 없고
들판은 뿌리로 버티다가
허리를 다치기도 하지만
피가 졸고 졸고 애가 잦아지고
서로 뒤틀거느 배배꼬여
증오이 끝을 다 삭인 뒤에야
고요의 맛에 다가옵니다
내 남편이란 인간도
내가 만든 이 국수를
좋아하다가 죽었지요
바다가 되었다가 들판이 되었다가
들판이다가 바다이다가
다 속은 넓었지만 서로 포개지 못하고
포개지 못하는 절망으로
홀로 입술이 짓물러 눈 감았지요
상징적으로 메루치와 양파를 섞어
우려낸 국물을 먹으며 살았습니다
바다만큼 들판만큼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몸을 우리고 마음을 끓여서
겨우 섞어진 국물을 마주보고 마시는
그는 내 생의 국물이고
나는 그의 국물이었습니다.
(이 영상은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문화예술로 위로하기 위한 온라인 프로젝트,
[2021 문화로 토닥토닥]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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